[장내장외] 심정수의 '냄새나는' 특수 영양식
기사입력 2000년 01월 17일 13시 57분
"으아∼ 구린내"
"누구야, 누가 뀐거야?"
17일 잠실 두산 라커룸.
웨이트 트레이닝 후 땀을 닦아내던 선수들은 심상찮은 냄새에 코를 쥐었다.
환기가 잘 안되는 라커룸에서 `생리적 가스'는 철저히 억제해야하는 것이 불문율.
그러나 밀폐된 공간에 스멀스멀 퍼져나가고 있는 고약한 냄새는 틀림없는 가스였다.
서로에게 의심의 눈초리 날리며 두리번 거리는 선수들.
견디다 못한 고참 선수들이 `X침으로 응징하자'며 범인 색출에 나섰다.
도끼눈을 뜬 수색조가 킁킁거리며 라커룸을 한바퀴 돈 끝에 범인은 잡혔다.
근육맨 심정수(25).
그러나 문제의 냄새는 `가스'가 아니라 심정수가 직접 제조한 `특수 영양식'이었다.
보디빌더 뺨치는 근육질 심정수가 파워를 늘리기 위해 병에 담아 틈나는대로 마시는 이 영양식은 제조법이 참 별나다.
오렌지주스에 사과, 귤을 갈아넣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여기에 삶은 고구마, 우유와 함께, 결정적으로 날계란 5개가 들어간다.
꾸리한 냄새는 계란과 고구마가 발효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남들은 병뚜껑만 열어도 코를 막지만 정작 그걸 마시는 심정수는 태연하다.
오히려 "과일은 흡수가 빨라 땀을 흘린 뒤 전해질 보충에 그만이고 고구마, 우유, 계란은 단백질과 탄수화물 등 에너지를 보충해준다"는 나름대로의 학설을 설파한다. 한술 더 떠 "한번 마셔보고 효과를 체험해보라"며 권하기까지 한다.
물론 권유를 받은 선수들은 손사레질을 하며 저만치 도망간다. 머잖아 심정수는 이 영양식을 화장실에서 마셔야할지도 모른다.
[송철웅 기자 simb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