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내가 바로 관계자'
기사입력 2000년 01월 16일 15시 20분
여의사 "에로-씨, 조른다고 아기가 빨리 나오지 않아요！"
(*지금은 안다. 독촉한 자장면이 먼저 나오지 않듯 출산도 제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아내 정선아가 분만실에서 외치는 산통이 애처로웠다. 그래서 아기를 빨리 달라(?)고 의사에게 협박조의 간청을 했던 것이다.
4시간을 꼬박 기다리다 지친 에로-, 잠시 병원 근처 목욕탕에 다녀왔더니, 아내는 `인수분해'를 해서 몸이 둘이 되어 있었다.
에로-의 첫 파편인 딸년 다솜이는 그렇게 태어났다.
애비가 지 새끼의 첫 울음소리를 듣지 못함은 잘못이 분명타. 그러나 이제 우리도 `분만문화'가 상당히 달라질 것 같다.
보셨는지? 실력 빵빵한 뮤지컬 배우 최정원의 수중분만 장면이 TV를 통해 여과없이 방송된 걸. 그녀의 남편도 섭씨 36도 물 속에서 아내처럼 앉은 채 출산을 돕는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했다.
`생명'은 `존엄'한 것이니, `출산'은 `고통'이 아닌 여러 사람의 관심 속에서 치러지는 `잔치' 같은 것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수술률은 놀랍게도 40%로 세계 최고 수준이란다. 의사&임산부가 모두 편의를 먼저 생각한 건 아닐까?
만드는데 꼭 1년이 걸렸다는(박정훈 PD) 이 프로그램은,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기를 낳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문화를 보여 주면서 우리에게 물었다. `당신은 당신의 아내가 아기를 가질 때(그 일 할 때)는 신났으면서도, 낳을 때는 뭘 했느냐?'
에로-는 지금, 할 말이 있다.
둘째 파편, 우진이 놈이 태어날 때는 분만실로 뛰어 들어 가 아내의 팔을 잡아 줬거든.
그 때, 간호사는 입구에 붙은 표지판 `관계자 외 출입금지'를 가리키며 남자의 분만실 입장을 극력 저지했지만 나는 외쳤다.
"내가 바로 이 여자와 관계한 사람이라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