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찬호] 입단 기자회견장소 코리아타운 주장
기사입력 2000년 01월 16일 13시 57분
찬호와 찬호의 아버님 박재근씨는 94년의 신정을 LA 우리집에서 맞았다.
찬호는 우리 집안 어른들께 인사를 다녔고, 휴식에다 미국 구경도 할겸 1박2일로 라스베이거스를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운동을 하면서 입단 기자회견을 기다렸다.
기자회견을 하기 이틀전 다저스타디움에 가서 입단 서류에 사인을 했는데 당시에 단장이던 플레드 클레어를 처음 만났다. 기자 회견이 다가오면서 나는 코리아 타운에서 입단식을 할것을 주장했다.
선수나 임원의 입단 기자회견은 다저스타디움에서 하는 것이 전통이었으나 박찬호가 코리아타운으로 결정됨에 따라 이후 외국 선수는 자기 나라와 관련된 장소를 주로 이용하게 됐다. 노 모 히데오가 후에 리틀토쿄에서 입단식을 한것이 좋은 예다.
입단식에는 오말리 구단주와 라소다 감독 등 다저스 관계자들과 오렐 허샤이저 선수가 참석했다. 그런데 해프닝이 있었다.
입단식에는 미국 신문과 방송에서도 많은 기자들이 취재를 왔는데 다저스에서는 깜짝쇼를 하려고 회견내용을 숨겼다. 그러자 라소다가 은퇴를 발표한다는 헛소문이 미국 언론에 돌았던 모양인데 미국 기자들은 왜 라소다의 은퇴 선언을 코리아타운에서 하느냐고 의아해 했었다.
찬호는 기자 회견장에 회색 체크무늬 양복을 입고 나갔다. 미국행이 결정되고 내가 명동에서 사준 것이었다.
그 이후로 내가 운영하는 KSI의 소속 선수들이 입단하면 양복을 사주는 것이 전통이 돼 정 석이와 송승준에게도 양복을 사입혔다. 조진호에게는 아직 양복을 사주지 못해 한국에서 돌아오면 어울리는 양복을 한벌 구입해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기자 회견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찬호와 상의를 했고, 찬호가 당시 영어를 못했기 때문에 한국어로 발표할 내용을 준비했다. 6줄의 발표문을 써주고 외우라고 했고, 통역이 있으니 당당하게 한국말로 하라고 일러주었다.
찬호는 다저스에 입단해 기쁘며 열심히 하겠다고 한국말로 인사를 한뒤 영어로 `See you in Dodger Stadium.'이라고 말해 웃음과 함께 박수를 받았다.
입단식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찬호는 다저스의 자율 훈련에 참가해 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나는 찬호와 함께 다저스 전세기를 타고 플로리다주의 베로비치에 있는 다저타운 스프링트레이닝장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베로비치로 출발하는 날 실수를 하고 말았다. 공항으로 떠나려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길이 막히는 소동끝에 돌아돌아 겨우 공항으로 갔는데 전세기는 막 떠나려고 문을 닫으려는게 아닌가.
헐레벌떡 간신히 비행기에 올라탔더니 선수들의 눈초리가 만만치 않았는데 찬호는 사정을 잘 몰라 어리둥절할 뿐이었고, 나는 웃음으로 위기를 넘기고 전세기는 베로비치로 출발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