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조중연 전무, 차감독에 보내는 편지
기사입력 2000년 01월 15일 00시 19분
차범근 감독에게
이보게 차감독 건강한가. 새해가 된지도 꽤 되었는데 서로 안부도 묻지 못했네.
이번에 정몽준 회장이 용단을 내려서 자네를 사면한 것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네. 단순히 새해가 되었으니까. 새천년이 됐으니까 사면했을까?
자네도 잘 아다시피 지금 우리 축구계는 너무나 할 일이 많네. 2002년 월드컵에 대비하여 대표팀의 경기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고 가까이는 시드니올림픽에서 우리 올림픽팀이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네.
그런가하면 6월에 시작되는 청소년대회 예선을 잘 치러 내년에 열리는 본선에 나가야 하고,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해야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네.
어디 그 뿐인가. 유소년축구 발전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한국축구의 청사진을 만들어 우리 청소년대표팀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야 하지 않겠나. 거기다가 여자축구도 하루빨리 세계 정상권으로 진입시켜야 하지. 이렇게 우리 축구인이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꼽아보면 하루 해가 너무 짧을 뿐이네.
그렇게 하려면 우리 축구인들이 더욱 힘을 모아 소모적인 일보다는 진취적인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하네. 자네에 대한 이번 사면을 나는 많은 일을 앞두고 축구인이 한마음으로 단합하여 축구발전에 더욱 매진하자는 정회장의 의사로 받아들이고 싶네.
축구가 좋아 운동장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선배로서, 같은 길을 걷는 인생 선배로서 한마디한다면 자네가 지난 일을 돌이켜 보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보네. 이제 사면이 된만큼 자네와 나 사이의 일은 `어제 내린 눈'이네.
이제 우리 2002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다시 힘을 모아야 하지 않는가. 2002월드컵은 우리나라가 새천년을 힘차게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네.
시청 앞을 지날 때마다 전광판에 씌어있는 월드컵 잔여 날짜를 보면 하루하루 마음이 바빠지네.
자네에 대한 사면을 계기로 우리 축구인 모두가 심기일전하여 지금보다 더 단합된 모습으로 축구발전에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게 축구를 성원해주는 국민들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가까운 시일안에 자네가 협회를 방문한다면 그것으로써 국민들은 축구인들의 화합된 모습을 상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네.
모든 축구인들이 마음을 합쳐서 한국축구 발전, 나아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우리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도록 노력해보면 어떻겠나.
일간 소식 주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