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94)
기사입력 2000년 01월 14일 14시 22분
도쿄 미나토쿠 아카사카, 통합막료회의 회의실
"총리대신！ 다케시마를 점령했습니다. 소규모 저항이 있었습니다만, 모두 분쇄됐습니다."
"조금 전 한국 공군기 10여기가 제3 호위대군에 위협을 가해왔지만 모두 격퇴했습니다."
이와모토 육상막료장에 이어 다카다 해막장이 추가로 보고했다. 한국 공군과 교전이 벌어졌다는 보고에 수상의 눈썹이 잠시 치켜떠졌다. 그러나 항공자위대가 대응하기도 전에 해상자위대의 힘만으로 몰아냈다는 데에 만족한 표정이었다.
"현재 다케시마에 수비병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섯 시간 후에는 고사특과단의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 포대가 다케시마에 배치됩니다. 이제 다케시마의 방위태세는 완벽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는 사토 통합막료회의 의장이 추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비좁은 다케시마에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일단 패트리어트 포대가 배치되고 나면 독도는 자체적으로도 막강한 방공능력을 갖추게 된다. 혹시 있을 지도 모를 한국군의 재탈환 움직임에 대해서는 확실한 경고가 될 수 있었다.
"수고했습니다, 여러분. 드디어！ 다케시마를 일본국 영토로 재탈환했습니다."
수상은 잔뜩 흡족한 표정으로 눕다시피 의자에 등을 기댔다. 원하는 일을 이루었을 때 수상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어쩌면 치기 어려 보일 정도로 솔직한 수상의 그런 모습은 공격적이고 다혈질인 평소 그의 성격을 묘하게 보완했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내각들이 다케시마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성공한 내각은 없었다. 소신 있는 몇몇 각료들은 자신의 자리를 걸고 다케시마에 대한 발언을 하고 용퇴할 정도로 다케시마는 정치생명을 걸고라도 도전할 만한 중대한 문제였다. 그런데 이제 비로소 현임 수상이 그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이제 염려해야 할 것은 중국과 대만의 반발입니다. 오히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되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안전보장이사회는 일본에 불리한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을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외무대신? 만반의 준비가 됐겠지요?"
오히려 UN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임이사국을 비롯한 강대국들, 특히 미국조차도 분담금 지급을 상습적으로 지연시키는 상황에서 일본은 능력있는 후원자였다.
유엔의 중요한 임무라고 할 수 있는 평화유지군(PKF) 활동에서도 가장 활발한 재정지원을 쏟는 국가가 바로 일본이었다. 이번 기회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오타니 히로시 외상이 수상의 질문에 자세한 답변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 그렇습니다. 총리대신. 외무성은 지금 대UN대책 준비보다는 대중국 대책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대만은 다케시마 다음 차례가 센카쿠 열도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분명히 강경대응을 할 것입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