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벤처기업 직원 '1등 신랑-신부감'
기사입력 2000년 01월 14일 13시 19분
미혼 직장인들 사이에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 직원이 신랑-신부감 1호로 떠오르고 있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들이 주위 인맥을 동원하면서까지 인터넷 벤처기업의 직원을 소개받으려고 아우성인 것.
판@검사, 의사, 약사 등 속칭 명예롭고 돈 잘 버는 `사'자 직업 대신 인터넷 벤처기업 직원이 인기 1순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스톡옵션' 때문이다.
인터넷, 정보통신 등 요즘 잘 나가는 벤처기업의 직원들은 대부분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해 `떴을' 경우 적게는 1억원, 많게는 10억원 이상 값어치의 스톡옵션을 받게 돼 있어 결혼시장의 `황금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 대우 등 대기업 중견 간부들이 인터넷 벤처기업을 창업하면서 스톡옵션을 조건으로 데려온 이들 `예비 백만장자'들은 대부분 20대 후반∼30대 초반이기 때문에 결혼 시장에서 비싼 값에 팔릴 조건을 갖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터넷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남녀끼리 결혼할 경우 자산가치 20억원대의 `재벌급 신혼부부'가 탄생하는 셈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서비스 업체인 `프리첼'의 조수용 디자인 팀장(28)은 "주위에서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 주겠다는 제의가 밀려들고 있다"며 "한창 뜨고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미혼남성들 사이에선 "약사와 결혼해 `셔터맨'이 되는 것보다 스톡옵션을 받는 여성과 결혼하는 게 훨씬 낫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
하지만 이같은 `백만장자 배우자 열풍'에 대해 반론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코스닥 장세가 불안정하고 인터넷 업체의 95%쯤이 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상도 있어 `공수표 날리는' 스톡옵션이 속출하게 될 전망이라는 것.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우승표 실장(33)은 "최근에는 회원들이 상대방 외모나 학벌보다 스톡옵션을 얼마나 받는지를 묻는 경우가 더 많다"며 "한편으로는 신성해야 할 결혼에도 `한탕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유행하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미혼 직장인들의 스톡옵션 열풍은 대기업에서 이미 작년부터 시작됐다.
작년 SK텔레콤이 직원들의 연봉을 기준으로 `우리사주'를 나눠줘 사원들 대부분이 주식 1주당 200만원쯤의 차익을 챙겨 평균 6000만원∼1억원쯤의 소득을 올린 것.
SK텔레콤의 모 여사원은 "5대 이동통신 업체 중 우리가 가장 적게 받은 수준"이라며 "S통신회사의 경우에는 고졸 여사원이 우리사주로 10억원대의 재산을 갖게 돼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