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흔들리는 태양…가족 반대 vs 거액 몸값
기사입력 2000년 01월 14일 13시 07분
`현실과 이상'. 주니치에서 은퇴한 선동열(37)의 머리속은 두갈래 고민으로 복잡하다.
선동열은 지난 11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는 가지 않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었다. 이틀뒤인 13일, 가족들의 동의를 전제로 검토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선동열의 발목을 붙잡는 현실적 문제는 가족들의 반대와 자기 자신에 대한 진단이다.
현재 부인 김현미씨와 부친 선판규옹(78)이 맹렬하게 미국행을 반대하고 있다. 부인은 초등학생인 민우(12), 민정(9) 두 자녀의 교육 문제를 위해서라도 한국에 정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선동열은 "내 생각만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부친은 명예로운 퇴진을 강요하고 나섰다. 주니치 소속이었던 작년말 가족들중 유일하게 아들에게 은퇴를 권유했던 사람도 부친이다.
또 한가지 현실적 우려는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 여부. 혹시 지금껏 한국, 일본에서 쌓아온 명예가 조각날수도 있다는 생각이 무겁게 어깨를 짓누른다. 선동열은 "마흔이 다된 나이에 미국가서 패전처리 할 일이 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자선골프대회'가 끝난뒤 "보스턴의 단장이나 사장 등 책임있는 고위 관계자의 의중을 확인하겠다"고 말한 것도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정도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다.
이런 갈등 한켠에는 도전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보다도 한수위가 메이저리그 아니냐. 나를 높게 평가해주는 만큼 큰무대에서 다시 평가를 받고 싶다."
구단에서 제시할 수십억원의 거액도 그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선동열은 지난 96년 별 준비없이 주니치 유니폼을 입었다가 시즌내내 고생을 했었다. 그리고 지금 매일 술을 마시고 골프를 치는 등 체력관리에 신경을 쓰는 흔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러니 20일께 진로를 밝히기 전까지 한숨만 푹푹 쉴수 밖에 없다.
[나고야＝양정석 특파원js2000＠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