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국내에서도 '전문만화 시대' 활짝
기사입력 2000년 01월 13일 14시 30분
국내에서도 '전문만화 시대'가 열릴까. 최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소재를 다루는 전문만화가 부쩍 늘었다. 국내 만화의 지평을 넓히는, 반가운 현상이다.
전문만화는 바둑, 요리, 낚시, 스포츠, 컴퓨터게임, 춤, 음악 등 특정 분야를 깊이있게 파고든다.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 보편화된 현상. 하나의 소재를 수십 권에 걸쳐 연재하며, 인기를 모으는 작품이 수두룩하다.
국내 최근작 중 전문만화로 눈길을 끄는 것은 '김치전쟁'(장승이). 주간 '영점프'에 3회 선보였다. 고등학생들이 새로운 맛의 김치를 개발, 일본 기무치와 경쟁을 벌인다는 내용. 김치 담그는 법 등 관련지식을 총동원, 김치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참치'(이본토)도 빼놓을 수 없다. 별볼일 없던 주인공이 참치잡이 배를 탄 후 참치전문가가 되는 스토리다. 참치 잡는 법, 참치 요리 등 입맛을 돋우는 내용이 많다.
'클릭 클릭 데자뷰'(윤종문)도 전문만화로 손색없다. 신세대들이 열광하는 컴퓨터 게임이 소재다. '왕십리 종합병원'(김진태)과 '닥터 꼬붕'(김행장)은 의학만화로 주목받고 있다.
10대들의 키워드가 된 '오디션'(천계영)과 '원'(이빈)은 음악만화. '힙합'(김수용)은 제목 그대로 힙합춤의 세계를 다룬다. 국내 전문만화의 물꼬를 튼 작품들이다.
스포츠물 중에선 이상무의 골프만화, 장태산의 권투만화가 정평을 얻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겨우 신발끈을 매는 단계다.
소재도 다양하지 못하고, 전문성이 떨어진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소재를 응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프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이유도 크다.
'나인'의 김현국 팀장은 "출판사에서도 정책적으로 전문만화 개발에 애쓰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면서 "작가들이 관련 분야 전문지식을 공부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지적한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분발이 촉구된다.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전문만화 활성화가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눈앞의 성공보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정식기자 dad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