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도발-충격적 이미지 독립예술제 `호부호형'전 열려
기사입력 2000년 01월 13일 14시 18분
2000년 첫 달 서울의 한 지하주차장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서울 종로구 소격동 소재 아트선재센터 지하 2층 주차장.
발을 들여놓기 무섭게 관람객들의 눈은 섬뜩하리만큼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이미지들에 포위당한다.
여러 작품 속에 노골적으로 노출된 성기처럼 `넘어서서는 안될 선'을 간단히 넘어 사회적 금기를 드러내놓고 깬 작품들이다.
이렇듯 `독한 작품들'로 채워진 독립예술제 `호부호형'(呼父呼兄)전은 겁없는 미술작가 30인에 의해 이뤄졌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술이라는 통념을 사정없이 난도질해댄 이 겁없는 작가군단은 미술계에 이미 자리잡은 40대부터 20대초반까지 다양하게 이뤄져 있지만 역시 주축은 파릇하니 날선 감성을 가진 젊은 작가들이다.
이 중 조소가 연영석씨(33)는 대표적인 386세대.
대학에 다녔던 80년대, 조각칼들고 작업실에 있기보다는 주먹쥐고 거리에 있었던 때가 더 많았단다. 다시 돌아온 작업실에서는 테라코타를 했지만, "재미도 없고 답답해서" `만화조각'이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됐다.
소박하고 단순한 형상으로 인물과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만화조각을 통해 `힘없고 돈없는 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게 그의 작품의도. 최근엔 `돼지다이어트'라는 펑크음반을 내 2000장이나 팔아치운 인디음악가이기도 하다.
`수파티스트(supartist)'라는 창작집단과 서양화가 이동기씨(33)는 키치(싸구려 복사품의 이미지를 이용한 작품)적인 표현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자 했다.
`수퍼마켓'과 `아티스트'의 합성어인 `수파티스트'의 박병수씨(34)는 정말로 성남의 한 수퍼마켓에서 작품전시회를 열었을 정도로 기존의 전시형식과 고급/저급미술의 경계를 깨고자 한다. 이동기씨는 만화캐릭터인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합성한 `아토마우스'라는 작품을 출품, 국내에서는 흔치않은 팝아트를 시도했다.
`낙태아'의 충격적인 사진을 출품한 지미연씨(23．동신대 사진학과)는 386세대의 틈바구니에서 당당하게 발언권을 얻은 신세대 사진작가다.
3년전 우연한 기회에 낙태의 실상을 접하게 된 지씨는 출산의 강렬한 이미지와 낙태과정의 끔찍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한국화가 권기수씨(29)는 현대적인 소재를 자신의 작품 속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면서 `한국화의 이단아'라는 평가를 받아온 작가이고, 김준씨(35)는 `살과 피'의 이미지들로 `권력'과 `성'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 드는 작가다.
이처럼 관심도 분야도 다 제각각인 이들이지만, 이들의 작품세계를 가로지르는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젊음의 열정'과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다.
[이형석 기자 evol909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