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독감 비상…'이거 장난아니네'
기사입력 2000년 01월 13일 13시 59분
독감 때문에 난리다. TV 화면만 열었다 하면 독감 얘기부터 나온다. "어느 나라에서 몇 명이 죽었네", "입원 환자수가 몇 명이네"….
이쯤되니 프로야구판도 술렁이고 있다. 처음엔 "까짓 놈의 감기"하던 선수들도 요즘들어 뉴스에 귀를 쫑긋 세운다. 짚단처럼 풀썩풀썩 쓰러지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가니 제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겁이 나는 모양이다.
LG구단은 일찌감치 손을 썼다. 매년 2회 정기적으로 예방접종을 하고 있어 감기환자 하나 없는 데다 지난 7일 이번 독감에도 대비해 뒀다.
롯데는 뒤늦게 경계경보를 내리고 예방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지정병원인 광혜병원에는 50∼60명에게 한꺼번에 놔줄 만큼의 백신이 준비돼 있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단 환자가 발생하면 삽시간에 번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내 합숙훈련은 물론 거액을 들여 떠나는 해외 전지훈련도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기에. 여하튼 백신만 준비되면 선수들 뿐만아니라 선수들과 접촉하는 구단 관계자들에게까지도 모두 주사바늘을 꽂을 계획이다.
불행히도 현대에는 이미 환자가 생겼다. 그것도 팀 전력의 핵인 박재홍이 앓아누웠다. 벌써 닷새째 훈련을 거른 채 자기 방에 격리수용돼 있다.
반면 `용감한' 팀도 있다. 해태와 한화가 대표적이다. 해태 선수들은 "감기 정도로 흐느적거리는 녀석은 올시즌 내내 편안하게 쉬게 해주겠다"는 김응용 감독의 으름장에 오금이 저려 아파도 신음소리 조차 못내고 있으며 한화는 "아픈 선수도 없고, 아플 선수도 없고, 예방접종 계획도 없다"며 배짱이다.
[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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