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찬호] (4)한양대 야구부장 설득 가장 힘들어
기사입력 2000년 01월 13일 13시 28분
찬호의 미국행에는 3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우선 한양대측의 허가가 있어야 했고 찬호가 아직 병역을 마치지 않은 것이 걸렸으며, 다저스에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계약을 받아낼 수 있느냐도 문제였다.
다저스와의 계약을 해결해야 한국에 나가서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먼저 협상을 펼쳤다. 처음에 나는 150만달러를 요구했고 구단측은 60만달러를 이야기했다.
당시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150만달러, 대런 드라이포트가 13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았으므로 한국에서 최고인 시속 99마일(159㎞)을 던지는 찬호도 150만달러를 받아야겠다고 우겼다.
밀고 당기는 사이 93년 9월초 피터 오말리 구단주가 내 사무실로 찾아와 최종 결정을 내리자고 했다. 여전히 150만달러를 요구하자 오말리씨는 120만달러까지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대신 한양대 야구부를 초청하고 용품을 공급하고, 통역을 붙여주는 조건으로 150만달러대를 맞춰달라고 해 결국 합의를 이끌어냈다.
나는 곧장 한국으로 가 한양대를 찾아갔다. 당시 청소년대표 감독이던 안병환씨와 함께 한양대 야구부의 이종락부장님을 찾아가 이야기를 했지만 전혀 먹히지가 않았다. 찬호는 가만히 있는데 왜 옆에서 자꾸 바람을 잡느냐며 처음에는 아예 사기꾼 취급을 했다. 몇번씩 찾아 갔지만 이부장은 완강했고 나는 일단 LA로 돌아왔다.
그리고 LA 한인회를 비롯해 상공회의소, 한양대 동문회 등 각 단체를 찾아다니며 상황을 설명하고 박찬호 선수를 보내달라는 진정서를 받아 다시 한양대를 찾았다.
그때 또 한번의 인연이 큰 도움이 됐다. 찬호의 미국행을 진행하던 당시보다 2년전쯤인 91년 당시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의 유장희원장님 아들이 버지니아대학 건축과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려고 LA에 온적이 있었다. 내 사무실에 찾아온 그 친구에게 나는 함께 일자리를 주고 함께 일하게 됐다.
유원장님과는 그때 인연이 닿았는데 한양대 김종양총장님과 친하시다는 말을 듣고 부탁을 드렸다. 김총장님은 다저스측의 입장과 교민들의 소망 등 나의 설명과 유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이부장을 부르셨다. 이부장은 여전히 반대를 했지만 총장님은 선수가 원하고 구단도 확신을 한다니 큰 무대에서 뛸수 있도록 풀어주자는 말씀을 하셨다.
가장 큰 걸림돌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그 와중에 군대 문제 해결책이 나왔다. 워낙 예민한 일이라 나는 오말리 구단주와 함께 문화체육부(당시)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자 유학생으로 나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면 미국행이 가능하다는 해답을 얻었다.
물론 다저스는 철저했다. 모든 것에 동의하면서도 신체 검사만은 반드시 해야한다고 주장해 결국 조브 박사가 한국에 와 찬호를 검사했다.
어릴적 다친 오른쪽 팔꿈치에 뼈조각이 있다는 것이 발견됐지만 큰 문제가 아니고 어린 나이이므로 앞으로 공을 던지는데 지장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93년 12월31일 드디어 찬호는 다저스에서 보낸 레이놀스 스카우트 부장, 그리고 나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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