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명'대신 '포기유도'명분찾기
기사입력 2000년 01월 12일 23시 56분
"뭐, 아무 별일이 없었죠?"
회의장을 빠져나온 모구단 사장이 겸연쩍은 웃음속에 섞어낸 말처럼 12일의 이사회는 무엇 하나 그럴듯한 해결책 없이 무수한 경우의 수만 쏟아내고 말았다. 힘없는 쌍방울에게는 더 이상의 운명이 없다.
"sink or die!(빠져죽을래, 그냥 죽을래)"의 매정한 선고. 39조 응급조치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쌍방울은 사라진다.
KBO가 사나흘의 말미를 주면서 굳이 `제명' 대신 `소유권 포기'를 받아내려는 것은 명분 때문. 강제퇴출 으름장에 반발한 쌍방울이 법정소송까지 거론하자 `깔끔한 모양새'가 필요했다.
쌍방울 역시 사실상의 퇴출이 결정된 이상, 그나마 실질적인 이익을 기대하기 위해서 응급조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응급조치가 발동되면 KBO는 팔걷고 구단 매각 알선에 나선다.
박용오총재는 "신생팀 후보로 알려진 SK와 아무 합의된 바 없다"고 사전 협상설을 부인했지만, 실제 양측은 큰틀의 의견 교환을 거친 상태. 만약 쌍방울이 응급조치를 거부한다면 이사회는 7개팀으로 2000시즌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쌍방울은 물론 형체가 불투명한 신생팀에게도 KBO의 단호한 모습을 보여준 셈.
팀 창단 의사만 표시한뒤 관망세로 돌아선 SK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대한 `경고성 자극'의 의미도 담겨있다. 눈여겨 볼 부분은 "8개팀 구도를 유지해야만 프로야구가 산다"며 신생팀에게 상당 부분 기득권을 양보할 기세였던 7개구단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점.
연고지 조정 문제가 마냥 골치아픈데다, `난데없는 새식구'에게 돌아갈 이득이 너무 크게 느껴지자 결국 2년전인 98년의 틀로 뒷걸음까지 각오하는 모습이다.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