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park] 웃음-감동 모두 놓친 '미완의 드라마'
기사입력 2000년 01월 12일 15시 08분
KBS 2TV가 새천년 첫 미니시리즈로 지난 3일부터 방송하고 있는 `나는 그녀가 좋다'는 `운명'을 주요소재로 삼고 있다.
`7'자를 신봉하는 주인공 안재환(황장호역)이 `럭키세븐 리조트'를 첫직장으로 점찍고 `운명의 나뭇가지'를 `7777'이란 번호판을 단 차에서 내린 여성(이재은)에게 주는 등 `운명적 상황'이 첫회부터 등장했다. 지난 10일 방송에서도 `77번 버스를 타고 7번째 정류장에서 그녀가 탄다'는 안재환의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물론 `7'이란 숫자와 `운명 표현'은 코믹터치를 위한 장치다.
인스턴트 시대에 순수성을 간직한 안재환의 무조건적 사랑을 흥미롭게 풀어가려는 제작진의 복안이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미안하게도 큰 웃음도 주지 않고 별 감동도 없는 듯 하다.
`이복자매'인 명세빈-이재은의 진지함과는 너무 판이한 안재환과 그의 주변 코믹상황들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10일 방송에서 `언감생심'을 `영감생심' 등으로 부르며 무식 캐릭터를 드러내는 이혜숙의 대사 등에선 웃음이 터져야 할 대목이지만 생경하기만 했다.
남자 주인공 안재환의 낯선 얼굴과 설익은 연기도 동키호테형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또 안재환 가족은 온통 `이상한 사람들'만 있다. 심지어 어머니는 아들 안재환이 부잣집 딸을 만나러 서울로 올라간다고 하자 생활비를 몽땅 털어주기 까지 한다. 코믹이 뒷받쳐주면 그냥 웃고 넘길수 있는 부분이지만 드라마가 코믹과 진지함속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까닭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이유현 기자 hipo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