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2년연속 PS진출…이젠 역사속으로
기사입력 2000년 01월 12일 14시 12분
퇴출위기에 놓인 쌍방울.
매각이 되더라도 쌍방울이라는 이름은 12일을 기점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90년 3월31일 제8구단으로 출범, 90년 2군리그에 참여한뒤 91년부터 9년간 한국프로야구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매경기 평균관중 1000명을 밑도는 열악한 전북연고지, 재정적인 압박, 부족한 선수자원속에서도 쌍방울은 특유의 `돌격대'식 야구로 눈물과 감동을 자아냈다.
특히 지난 96,97년 2년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때는 모두가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만의 야구, 그들만의 몸부림을 되돌아봤다.
■벌떼마운드
지난 95년 꼴찌 쌍방울에 큰 변화가 왔다.
95년 10월20일 김성근감독이 제4대 사령탑으로 취임한 것.
가장 큰 변신은 마운드. 투수출신 김감독은 약한 방망이를 상쇄시키기 위해선 변칙 마운드만이 살길이라고 판단, `선발파괴'에 나선다.
일명 `바람잡이 선발'로 느닷없이 왼손투수가 선발로 나서 한타자만 상대하고 그날의 에이스가 뒤를 받친다.
또 최소 5이닝이 기본인 선발이 부진할 경우 1회부터 지체없이 구원투수들이 불펜에 대기했다.
보통 한경기 4∼6명의 투수가 투입됐고 심할 경우 8명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벌떼 마운드'로 96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이후 `무더기 투입'은 쌍방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시간끌기다, 상대팀 오더를 교란시키기 위한 치사한 술책이다 등 말이 많았지만 여하튼 재미는 봤다.
■농군패션
지난 96년 갑자기 선수단 전원이 검정색 스타킹을 무릎까지 끌어올려 경기에 나섰다.
만년 꼴찌들이 이제는 별짓 다한다고 비아냥거렸지만 효과는 엄청났다.
검정색 스타킹은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녔고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이변'을 만들었다.
작년 2년연속 꼴찌였던 롯데가 쌍방울의 농군패션을 본따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했으니 스타킹 높이는 성적을 대변한다?
■현금 트레이드
지난 97년 모기업부도로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쌍방울은 선수를 팔아 팀을 꾸렸다.
97년 11월 박경완(현대)을 9억원에, 98년 7월 조규제(현대)는 6억원.
98년 12월엔 김기태와 김현욱(이상 삼성)을 20억원에 팔아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씨감자까지 쪄 먹는다'며 주위에선 걱정했지만 보릿고개를 넘기위한 쌍방울의 고육지책이었다.
■쌍방울은 재생공장
쌍방울에는 유난히 노장이 많다.
한물 가고, 다른팀에서 퇴출당한 선수들은 쌍방울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다.
김성래(39)와 작년 은퇴한 김광림(39)이 마지막으로 돌격대 유니폼을 입었고 스타급은 한명도 없었다.
자유계약선수로 풀리거나 웨이버공시가 되면 쌍방울은 눈에 불을 켜고 재활용자원을 찾았다.
■KBO 두손들다
"굶어죽게 생겼으니 책임져라".
당장 선수단운영이 힘들어진 쌍방울, 지난 98년 8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20억원을 긴급자금으로 빌려 그중 4억원은 변제하고 나머지 16억원은 아직 감감 무소식.
KBO에 자금을 받아쓴 최초의 구단.
■식당마저 버렸다
선수단 식사를 제공하던 전주 모 식당이 작년 9월 갑자기 "더이상 밥을 해줄수 없다"며 철수해 버렸다.
쌍방울이 식비를 6개월이나 연체해 식당측이 더이상의 외상은 안된다며 거절한 것.
쌍방울 유은수단장은 멀리 익산까지 아는 식당을 찾아 겨우 선수단 끼니를 해결했다.
지난 98년엔 돈이 없어 대전과 광주 야간경기를 당일치기로 해결했고 한끼 2500원의 식사는 눈물겨웠다.
■열악한 전주구장
전주구장은 그야말로 `논바닥'이다.
5㎜의 강우에 경기가 취소되고 10㎜가 내리면 다음날 경기까지 걱정이다.
작년 10월6일에는 전주 LG와의 더블헤더 2차전 1회말 갑자기 정전사태가 발생, 경기가 취소되는 초유의 해프닝까지 있었다.
■코치 사관학교
스타급선수들이 하나도 없으니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그만큼 커졌다.
투수코치 계형철(한화), 배터리코치 조범현(삼성), 타격코치 김대진(LG) 등 기라성같은 조련사들이 즐비했다.
"가르치기보다는 내가 배울수 있었다."
쌍방울을 거쳐간 코치들이 하나같이 내뱉은 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