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사랑방] 학구열에 불타는 SK 용병
기사입력 2000년 01월 10일 13시 43분
◇삼보의 골밑에는 `DDR 센터'와 `테크노 포워드'가 있습니다.
용병 센터 타운젠드와 포워드 콥이 그 주인공이죠.
삼보 최종규 감독이 이들의 독특한 골밑모션에 착안해 최근 유행하는 신세대 키워드 2개를 적용한 겁니다.
타운젠드는 로포스트에서 공을 잡으면 꼭 오락실의 DDR(댄스댄스레볼루션) 발판 스탭을 밟듯 상체는 고정시킨 채 한쪽발만 사방팔방으로 내디뎌 상대 마크맨을 따돌립니다.
반면에 콥은 테크노댄스에서 머리만 움직이는 일명 `도리도리춤'을 추듯 공을 품에 안은 채 박박 깎은 머리를 사정없이 흔들어 수비수를 밀어내곤 하죠.
최감독이 연습중 "어∼이∼, 테크노. 어∼이∼, DDR'이라고 외치면 이들이 알아듣고 멋쩍은듯 웃더군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지난주 머리를 깎았던 LG가 최후의 보루였던 양희승까지 꽁지머리를 잘라낸 덕택인지 지난 8일 신세기를 꺾고 연패의 늪에서 탈출했습니다. 양희승은 대학 4년때부터 꽁지머리를 길렀는데 지난 7일 숙소 인근 미용실을 찾으면서 비장한 표정을 짓더군요. 이날 LG는 한상욱 운영팀장이 양희승과 함께 `빛나리 부대'에 합류했는데 만약 신세기전까지 졌더라면 구단 직원 모두가 삭발 대열에 가세할 뻔 했다는군요.
◇LG에 이어 기아도 5연패에 빠진 다음날인 지난 7일 코칭스태프와 선수 전원이 머리를 짧게 깎았습니다. 기아가 단발을 결행한 것은 방 열 경원대 교수가 감독을 맡았던 80년대 후반 이후 10여년만에 처음이랍니다. LG와 기아가 잇따라 머리를 밀면서 농구계에는 성적만 조금 나쁘면 도미노 현상처럼 다들 미용실을 찾는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더군요.
◇`SK 외국인선수들은 학구파.'
하니발이 1주일전부터 통역 허 환씨를 선생님으로 모시고 한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회화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자모음부터 하나씩 배우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쓸줄 아는 단어는 자기 이름인데 시즌초 최인선 감독이 가르쳐줬답니다. 누가 전화통화를 하면 옆에서 뜻도 모른채 천연덕스럽게 따라해 동료들이 배꼽을 잡는다는군요.
또 존스는 `컴맹 탈출'을 목표로 짬날때마다 노트북을 펴들고 있습니다. 초보단계지만 자기가 투자한 주식시세를 체크하거나 미국의 부인과 이메일을 주고받는 등 인터넷 삼매경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습니다.
◇동양 `에어본' 전희철에게 고민이 생겼습니다.
프로 원년부터 몸을 풀고나서 운동화끈을 다시 한번 바짝 졸라매야 게임이 잘 풀린다는 전희철은 요즘 경기전 사인을 해주면 영락없이 패한답니다. 또 하나의 징크스가 생긴 셈이지요.
선수단 버스에서 내려 라커룸으로 들어갈때 일제히 반가운 얼굴로 달려드는 팬들을 보면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고 있습니다.
사인대신 머뭇거리다 그냥 씩 웃는 게 전부인 전희철은 일일이 속내를 털어놓기도 그렇고 건방지다는 오해를 받을까 걱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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