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층층마다 기묘한 모습 '한라산 어리목코스'
기사입력 2000년 01월 10일 12시 57분
9일 오전 6시30분 한라산 1100m 어리목.
백록담 2.8㎞ 아래에 있는 윗세오름까지 4.7㎞의 어리목 등산코스의 출발지다.
어리목과 영실(3.7㎞), 성판악(9.6㎞), 관음사(8.72㎞) 등 4개의 한라산 등반코스중 영실과 함께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백록담 2.8㎞ 아래 윗세오름에서 하산해야하는 이 코스를 택한 이유는 눈꽃이 아름답고 가족단위로 쉽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좁은 등산로 주변은 온통 눈밭이다. 높이 100@단위로 표고비와 현재의 위치안내가 되어있어 산행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물참나무 등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빼곡한 길을 따라 2.7㎞지점까지 올라가면 경관이 푸른 숲으로 바뀐다.
겨울이지만 바다에서 1955m 산정상까지 표고차가 빚어낸 다양한 식물의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키작은 구상나무 군락들이 연출해놓은 눈꽃들이 장엄하기까지 하다.
숲지대를 지나면 만세동산을 거쳐 산장까지, 멀리 구름에 살짝 가려진 백록담을 바라보며 쉬엄쉬엄 걸어가는 멋진 트레킹 코스가 이어진다.
처녀 젖가슴처럼 봉긋 솟아있는 오름들 한편엔 눈이 수북히 쌓여 개구장이처럼 뒹굴고 싶은 충동마저 느껴진다.
곳곳에 눈꽃이 피어있고, 검은 바위와 짙푸른 초원이 흰눈과 대비돼 멋진 흑백의 조화를 이룬다.
목을 축일 수 있는 맑은 샘도 두군데나 있다.
산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뒤 하산은 영실코스로 잡았다.
이 코스는 어리목보다 눈꽃이 적고 관목 등 아기자기한 멋은 없지만 멀리 바다와 곳곳에 솟아있는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와 전망이 좋다.
그러나 눈길이 미끄럽고 경사가 급해 아이젠 착용은 필수다.
영실코스는 윗세오름까지 빨리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어 시간에 쫓기는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체력소모가 많다.
대신 어리목에서 출발해 윗세오름을 거쳐 영실로 내려가는 4∼5시간 코스가 경관이 아름답고 길도 평이해 추천할만하다.
▲등산다운 등산을 원한다면 성판악, 관음사 코스를 택하라.
성판악코스는 관음사 보다 경사가 급한 대신 빨리 정상을 밟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행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코스로 왕복 12시간 정도 걸린다.
백록담을 왼쪽으로 끼고 도는 관음사코스로 하산하면 겨울 한라산의 백미인 서북벽의 설경을 만끽할 수 있지만 관음사입구까지 9시간이 걸려 초보자들은 다시 성판악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관음사와 성판악코스는 오전 9시 이후 출입이 통제된다).
한라산 겨울산행은 어느 코스든 아이젠을 준비해야 한다. 등산및 눈꽃산행 문의:국립공원 관리사무소(064-742-3084), 푸른지붕(064-799-7515)
[한라산＝김순근 기자 sk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