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90)
기사입력 2000년 01월 10일 12시 57분
독도 동쪽 8㎞, 호위함 묘코
"함장. 대체 포격은 언제까지 해야 합니까? 탄약이 다 떨어져 갑니다. 곧 재장전을 해야 합니다."
쌍안경을 들고 서 있는 기타지마 일등해좌 뒤로 부함장이 다가왔다. 벌써 한 시간 넘게 포격이 계속되고 있었다.
"일몰 때까지 계속할 것 같군."
기타지마가 시계를 보며 짧게 대답했다. 호위대군 사령은 언제까지 포격을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늘은 잔뜩 흐려져 있고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빨리 사방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묘코함의 사격은 끝났다. 이제 주변에서 대기하던 다른 함정들이 나서서 사격할 차례였다.
묘코가 다시 독도에 포격을 가하려면 아래층 갑판의 탄약고에서 포탄을 꺼내 함포 급탄고에 다시 적재해야 한다. 함포의 자동장전장치와 연결된 급탄고에 장전된 포탄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또다시 다케시마로부터 연기가 피어올랐다. 무라사메와 세토유키가 포격을 시작한 것이다. 묘코함에 탑재된 함포보다 구경은 작지만 대신에 연속 발사속도는 훨씬 빨랐다.
"이러다가 저 바위섬은 아무것도 남아나지 않겠다."
섬에 포탄이 명중하여 폭발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기타지마가 중얼거렸다. 줄기차게 계속된 포격으로 바윗덩어리 섬은 이미 성한 모습이 아니었다. 파괴력이 큰 고폭탄이 섬 정상 부근에서 작렬하기 시작하자 독도는 또다시 연기에 휩싸였다. 작전의 목적이 다케시마를 점령하는 것인지 아예 지도상에서 없애버리겠다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함장！ 오스미에서 헬기들이 이함하고 있습니다！"
부함장이 오스미함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다케시마에서 발사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에 놀라 일단 퇴각했던 헬리콥터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LCAC 상륙용 호버 크래프트 두 척이 어느새 빠른 속도로 묘코함을 지나쳐 독도를 향하고 있었다.
"사격 중지 명령입니다."
부함장이 통신장한테서 받은 메시지를 함장에게 전했다. 호위대군 사령으로부터의 명령이었다.
"알았다. 포갑부, 장전 완료 후 사격하지 말고 대기시키게."
기타지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쌍안경을 집어들었다. 새하얀 항적을 내뿜으며 거칠 것 없이 항주하는 LCAC 상륙정들은 어느새 다케시마 근방 2㎞까지 접근하고 있었다.
상륙정이 다케시마에 접근할수록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밀려왔다. 포격으로 섬이 완전히 제압됐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막상 다케시마에 올라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앗！ 상륙정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부함장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다케시마 동도의 중턱 부분에서 붉은색 예광탄 줄기가 LCAC 상륙정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수송헬기를 엄호하며 접근 중이던 코브라 공격헬기가 잽싸게 대응사격을 시작했지만 기관총탄이 계속 상륙정에 쏟아졌다.
헬리콥터가 기관포 사격을 퍼부으며 섬으로 쇄도했다. 흐린 저녁 하늘에서 눈부시게 흰 불빛이 번쩍거렸다. 상륙용 공기부양정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 다케시마로 향했다.
기타지마가 손에 땀을 쥐었다. 그러나 피아간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함포로 지원사격을 할 수도 없었다. 상륙정은 독도 남동쪽의 선착장에 거의 접근하고 있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