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친인척 문제로 고달픈 연예인
기사입력 2000년 01월 10일 12시 57분
근년들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몇몇 사건을 보더라도, 정상을 지키기 위해선 자신 뿐만 아니라 `친인척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모양이다.
아무리 혼자 청렴결백하고 정의를 추구한다 해도 주변 사람이 조금만 삐끗하면 그 공든 탑이 무너지고 만다.
자신의 실수도 아니고, 자신이 저지른 부정도 아닌데도 모든 것을 책임져야만 한다.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죄를 저지를 사람이 친인척이라는 것뿐이다.
누구나 그런 경우를 당하면 억울할 것이고, 평범한 필자도 만약 그런 경우가 된다면 `울화병'을 앓을 것 같다. 어떻게 가족이나 친척의 모든 일을 신경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공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연예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스캔들 한 번 없이, 금전 사고 한 번 없이 깨끗하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친인척, 아는 사람의 실수로 인해 고생을 하고 있는 연예인이 한두 명이 아니다.
이런 일의 대부분이 금전적인 문제와 결부되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도 남모르게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며칠 전 여자 탤런트 K양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쉽게 알려줄 때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 `관계'와 `이유'를 물었다.
그쪽의 대답은 K양의 아버지가 운수업을 하면서 그 회사 직원이던 남편이 보증을 서주었는데, 집이 차압당할 처지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딱한 사연이었지만 전화번호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K양이 보증을 서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진 채무를 갚아야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그쪽에서도 잘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K양과 연락을 해야겠다며 막무가내였다. 모든 일이 그런 식이다. K양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지만 `공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의 채무를 떠 안은 채 시달리고 있을 K양이 안쓰럽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전기세나 수도세를 연체하고 있는 탤런트 S양도 마찬가지. 방송국 녹화현장까지 찾아온 빚쟁이들에게 험한 소리를 들으며 망신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닐 테고, 가끔씩 술에 취해 저지르는 실수도 이런 저간의 사정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최근 아내의 간통사건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중견 탤런트 K씨의 경우는 더욱 안타깝다.
주부 대상 토크쇼의 감초 진행자로 활동해왔는데, 이번 일이 있기 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를 놓았다. 몇가지 일이 관련돼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어쨌든 연예인은 `인기관리'와 함께 `사람관리'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는 모양이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