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원] '감독님, 왜 저만 보면 죽이려고 하세요'
기사입력 2000년 01월 10일 12시 57분
"감독님, 왜 저만 보면 죽이려고 하세요."
"어, 난 그저 같이 일하자고 한 건데…"
MBC TV 새 미니시리즈 `진실'의 남자 주인공과 연출자로 만난 류시원과 장두익PD. 알고보면 남들이 잘 모르는 악연(?)이 있다.
3년전, 장두익PD는 드라마 `아이싱'을 연출하면서 류시원을 주인공 장동건의 형 역으로 캐스팅하려고 했다.
`아이싱'은 천덕꾸러기인 장동건은 유망한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형이 죽은 뒤 마음을 고쳐먹고 한국 아이스하키의 에이스로 성장하는 내용. 형의 애인이었던 이승연과 맺어지기도 한다.
어쨌든 장동건을 한단계 성장하게 해주는 의미있는 역할이지만 류시원은 "3회면 죽는다"는 말에 쏜살같이 종적을 감췄고 결국 이 역할은 훨씬 선배인 김명수가 맡았다.
류시원을 죽이려던 장두익PD의 계획은 3년만에 성공했다. `진실' 1부에서 교통사고로 차 밖으로 날아간 류시원은 결국 혼수상태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두게 되는 것. 물론 자영(최지우)과 신희(박선영)의 과거 장면과 회상에는 계속 등장한다.
이번에도 죽는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류시원은 장난스럽게 "전엔 3부에서 죽이더니 이번엔 1부에서 죽이냐"고 받아쳤을 뿐 거절하지 않았다. "이 드라마는 여자들의 이야기고, 남자들은 모두 조연인걸요. 가끔 이런 역할도 해 봐야죠."
오히려 만화 `캔디'에서 일찍 죽는 안소니 역할이 팬들의 가슴에 남듯이 이뤄지지 못한 사랑이 더욱 애틋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요즘 류시원은 손지창이 맡은 `악역' 승재 역할을 곁눈질하고 있다.
"한번쯤 이미지를 확 바꾼 강렬한 역할도 해 봐야 하는데 말이죠."
류시원의 다음 역할은 어떤 것이 될까. 자못 궁금하다.
[송원섭 기자 fivecard＠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