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비아그라 물렀거라! 가루지기 나간다'
기사입력 2000년 01월 10일 12시 57분
산삼을 주원료로 한 북한산 정력제 `가루지기'가 지난 10일부터 국내 시판되고 있다. `가루지기'는 북한 조선장수문제연구소가 연구 개발한 강장제. 산삼과 녹용, 토사자, 영지, 달개비, 당귀 등을 주원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가루지기'의 실제 효과가 어떨지, 국내에서 얼마나 팔릴 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 정력제(강장제)에 하필 `가루지기'란 이름을 붙였을까. 혹시 판소리 열 두 바탕의 하나인 `가루지기타령'에서 따오지 않았을까.
실제로 정력제 `가루지기'는 `정력의 화신'인 변강쇠와 옹녀가 나오는 `가루지기타령'을 연상시킨다.
`가루지기타령'은 판소리 계통 소설의 하나. `변강쇠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로도 제작,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전라도 잡놈인 변강쇠와 평안도 음녀(淫女)인 옹녀가 주인공. 이들이 지리산에 살던 중, 변강쇠가 장승을 패어 불을 땐 동티로 죽자, 옹녀는 이 시체를 치우기 위해 행인들을 끌어들인다. 그때마다 변강쇠가 시체에 달라붙자, 옹녀는 고사를 드리고 송장을 끌어냈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사실 줄거리보다 소설 중간중간 나오는, 변강쇠와 옹녀의 기상천외한 섹스 때문에 더 화제다. 온갖 성관계 수법이 나열돼 있다.
옹녀의 남성편력만 살펴보자. 혼외정사나 변태행위가 아닌, `부적절한' 성관계 수법이 나열돼 있다. 기둥서방, 샛서방, 거드모리, 새후루기, 입 한번 맞춘 놈, 젖통 한번 쥔 놈, 눈흘레하는 놈, 사타구니 손지르는 놈 등 실로 다양하다.
한국 에로문학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북한이 정력제에 `가루지기'란 이름을 붙였으니, 진짜 속뜻이야 어떻든, 이 약을 복용하면 `정력의 화신'인 변강쇠나 옹녀처럼 될 수 있다는 유혹의 냄새가 느껴진다. 성은 이념보다 강한가 보다.
[임정식기자 dad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