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봉-김성녀] 악극 '비내리는 고모령'서 청춘남녀로 깜짝변신

기사입력 2000년 01월 10일 12시 57분



"재호씨, 사랑해요."

"순애, 서울 올라가서 꼭 편지할게."

중견배우 최주봉(55)과 김성녀(50)가 20대 청춘남녀로 깜짝 변신한다. 최주봉은 검정 교복을 깔끔하게 빼 입고, 김성녀는 치마저고리를 예쁘게 차려입는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듯 착각을 주는 이들의 무대는 스포츠조선이 뮤지컬보기운동 65회 공연으로 마련한 악극 `비내리는 고모령'(김정숙 작,연출).

두사람은 이 작품에서 20대부터 50대까지 변신하며 기구한 인생살이를 보여준다. 최주봉은 유학생으로 시골처녀와 사랑에 빠져 임신까지 시키지만 그녀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재호'. 김성녀는 바로 재호 때문에 운명이 꼬이는 `순애'.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는 초반부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20대 연기는 본인들도 `닭살이 돋을만큼' 쉽지 않았다. 연습시간에 가장 많이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도 바로 이 대목. 최주봉 특유의 `쿠웨이트박' 사투리와 김성녀의 꾀꼬리같은 낭랑한 목소리가 미묘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참을 수 없는 폭소를 유발한다.

"연습시간의 가장 큰 활력소가 됐어요. 모든 스태프와 출연자들이 빙 둘러서서 구경해요. 박수치며 웃다보면 힘이 생기거든요."

당초 젊은 연기자들을 물색해 보았지만 마땅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았다. `1∼2년 키워놓으면 영화나 TV쪽으로 다 도망가버리는 현실' 때문. 보는 관객들은 즐겁겠지만 악극계의 아픔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SBS, 극단 가교 공동제작. 15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369-2913

[김형중 기자 h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