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은] 영화'노랑머리' 외도뒤 드라마서 첫 성인 주인공
기사입력 2000년 01월 09일 16시 54분
용감한 치어는 결국 월척이 돼 돌아왔다.
영화 `노랑머리'로 세기말 스크린을 뜨겁게 달궜던 이재은.
21세기 첫주(1월3일) 안방으로 찾아온 그녀는 `확실히' 무게가 달라져 있다. KBS 2TV 미니시리즈 `나는 그녀가 좋다'(극본 한준영, 연출 전산).
멋내는 일에 관심많은 부잣집 딸 최승미역. 주인공인 명세빈에 맞서는 팥쥐 캐릭터지만 "흥"하는 콧바람에서 귀염성이 넘친다.
연기경력 15년째. 한글도 다 깨우치기 전인 다섯살때부터 방송물을 먹었다. 열손가락 안에 드는 연기력을 갖췄다는 평을 듣지만 성인역으로 드라마 주인공은 `나는 그녀가 좋다'가 처음이다.
이재은이 안방에서 `성인대접'을 받기까진 용기가 필요했다.
단숨에 아역이미지를 떨쳐 버릴수 있는 방법. `노랑머리'가 해답이었다. 곱게 기른 딸이 젖가슴을 노출하고 베드신을 펼치는 시나리오를 받아든 아버지와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때 어머니의 결심은 이재은에게 힘을 줬다.
`연예인 딸을 방안에 가둬 놓고 살수는 없다！'
"일단 저질러보자고 생각했어요. 나보다 나이 많은 진희경씨가 벗는 모습을 보고 프로는 바로 저런 것이라고 생각했죠."
이재은과 어머니의 용기는 머지않아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지난달 14일 서울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치러진 스포츠조선 주최 제20회 청룡영화상 여우신인상 수상과 언론의 화려한 조명. 그러나 무엇보다 값진 선물. 이젠 그녀를 `완벽한 성인'으로 봐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좋다'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뮤지컬 `황구도' 때문에 도저히 출연할 형편이 못됐다. 그러나 제작진이 촬영을 이재은의 스케줄에 맞춰 줄 정도로 `특별대우'했고, 이재은도 `천사의 키스'를 통해 성인으로 처음 데뷔시켜준 전산 PD와의 의리를 저 버릴 수가 없었다.
이재은은 드라마에서 대학동창이자 이복자매인 명세빈이 아버지회사의 직원으로 들어오자 신분을 이용, 골탕먹이는데 열심이다. 명세빈이 사랑을 느껴가는 안재환도 양보 못한다. 유혹, 질투, 괴로움이 드라마 중반부 이후 이재은의 주위에서 맴돌 단어들. 뮤지컬 `황구도'에 드라마까지 강행군 중인 이재은은 새벽길을 달려 드라마 촬영장인 무주 구천동을 갔다 뮤지컬 무대로 돌아오느라 하루 2~3시간도 못 자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늘 힘이 넘치는 모습이다.
"잘 생기면 부담되구요, 키 크고 피부 흰 남자가 좋아요."
연애도 한번 해보겠다는 이재은. 이젠 노출과 섹스신이 아닌 연기력으로 새천년을 열어 나가겠다는 말에서 강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유현 기자 hipo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