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재의 문화수첩] '음란성 판단' 관객에 맡기자
기사입력 2000년 01월 09일 15시 47분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 우리 문화계는 영화 `거짓말'의 음란성 여부로 시작됐다. 포르노 시비를 불러일으킨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 8일 일반 극장에서 개봉됐다. 첫날 영화를 본 관객들은 `내용이 역겹다' `표현자유에 대한 도전'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 영화상영을 놓고 지난 6일 영화음란폭력성조장매체대책시민협의회(공동대표 손봉호)가 제작진과 상영극장을 상대로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변태적인 성행위를 70% 이상 묘사하고 있어 성도덕 타락과 성의식 왜곡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란 게 이들의 논리다.
그러나 제작사측은 영상물등급위로부터 등급판정을 받은 영화를 상영중지시키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예술이란 감추고 응어리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서 승화시키는 것'이란 게 그 입장.
그동안 마광수(馬光洙)교수의 `즐거운 사라' 등 출판물에 대한 음란성 논란이 검찰을 거쳐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적은 더러 있지만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인회의도 제작사를 통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등급분류의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내부입장을 정리한 상태여서 시민단체의 이러한 반발 움직임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주목된다.
이번 `거짓말' 상영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불붙을 경우 오히려 무산된 등급외 전용관 설치 필요성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5개월이 넘는 진통 끝에 등급판정을 받았다는 상영근거와 도덕성문제를 삼은 시민단체의 논란은 이제 관객들에게 넘겨져야 한다. 문화는 수용자의 몫이다. 그동안 연극 `미란다'를 비롯한 음란성 시비에 얽힌 작품들이 수용자를 무시하고 압력단체나 법에 의해 제재를 하려고 할때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오히려 흥행에 성공했다. 가만 두면 관객들이 알아서 보거나 말거나 할 것을 오히려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키면서 흥행에 기름을 끼얹져 준 것이나 다름었다.
문화가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는 시대엔, 에술작품의 음란성 문제는 이제 관객의 몫으로 돌아가야한다. 21세기 우리예술작품의 가치와 내용은 관객들이 판달할 문제다.
[문화부장 eastsea＠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