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전망 좋은 방'서 그윽한 멋-별미 만끽
기사입력 2000년 01월 07일 14시 23분
Y2K의 긴장과 시무식도 끝났다.
새해 첫 주말을 맞아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조용한 곳을 찾아 마음과 몸을 쉬며 본격적 출발을 위한 다짐을 하는 것도 새 밀레니엄을 성공적으로 맞는 비결이다.
설경과 함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경기도 남양주시 비루개
광릉수목원은 서울-경기 지역의 `산소통' 같은 곳이다.
캐나다산 통나무로 지은 전원카페 비루개(0351-841-7612)는 수목원 정상인 수리봉 뒤에 자리잡은 별내면의 배밭 한켠에 앉아있다.
`비루개'는 별을 볼 수 있는 언덕(星峴)이라는 뜻에 걸맞게 시골마을의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카페다.
게다가 며칠전 내린 눈이 고스란히 남아 산수화 같은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붉게 타오르는 장작과 은박지에 싼 고구마 타는 냄새가 시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스테이크와 와인을 곁들인 `비루개정식'(2만5천원)이나 스테이크(2만원)도 좋지만 수리봉 산나물을 넣은 비빔밥(7천원)이나 표고덮밥(8천원)이 분위기에 맞는 식단이다.
술과 음료도 양주나 맥주보다는 이 마을 특산품인 배로 빚은 `배술'이나 `칡술'(이상 1만원), 마와 맛, 계란 등을 우유에 넣어 만든 `변강쇠즙'과 `옹녀즙'(이상 6천원)이 제격이다.
배가 그리 고프지 않을 때는 음료에 군고구마만으로도 비루개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비루개의 또다른 특징은 `흑백사진'.
주인 정연호씨(47)가 손님에게 서비스로 찍어준 흑백사진을 창틀이나 벽 곳곳에 붙여놓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갖게 한다.
식사나 차를 한 뒤 4천여평의 배밭을 거닐며 이야기를 하거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비루개의 또다른 장점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호반의 집
비루개와 행정구역으로는 같은 남양주시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비루개가 산촌마을의 고즈녁함을 품고 있는 곳이라면 `호반의 집'(0346@576@8065)은 호수의 적막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양수리와 북한강변에는 크고 작은 별장이 많다.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잔잔한 호수와 한강을 바라보며 한적함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호반의 집은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연말연시 조용히 보낼 수 있는 `별장 같은 카페'다.
팔당댐과 정약용 묘소를 지나 호수와 만나는 공터에서 좌회전해 맨끝에 있는 호반의 집은 서울 근교의 카페와는 달리 30평 남짓한 온돌에 탁자 4개가 띄엄띄엄 있는 게 전부다.
커피도 손님이 직접 끓여 마실 수 있다. 값은 3000원.
주인 노부부가 손님에게 최대한 자유를 주려는 배려다.
이 집의 특징은 콘도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샤워장과 냉장고 등 주방시설을 갖춘 10평과 30평짜리 방 2개는 테이블만 들어내면 `민박집'이 된다.
[김승우 기자 sw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