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검은 커넥션'선수들만 멍든다.
기사입력 2000년 01월 05일 23시 57분
`돈없는 학생들은 어디로?'
감독과 학부모, 그리고 심판으로 이어지는 아마야구판의 총체적 비리사슬에 청소년들이 멍든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6부가 5일 고교야구선수 특기생 입학과 관련, 아마감독 및 학부형들을 대거 구속한 사건은 돈이 없거나 실력이 다소 모자라는 고교 졸업생들은 설땅이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야구계 최대의 비리 사건'이라는 한 야구계 인사의 자조섞인 한탄처럼 구속자 수와, 억대에 이르는 검은 돈의 규모는 가히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른바 명문대 감독들과 학부모, 심판까지 비리에 관련된데다 로비자금이 대학별로 공정가격까지 매겨져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때, 그 비리 구조가 얼마나 뿌리깊게 파여 있는지를 알수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고교 졸업생들이다.
학교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채 오로지 운동에만 몰두하는 것이 학원스포츠계의 현실에선 특기생 입학이 좌절될 경우 진로를 잃고 방황할 수 밖에 없다.
국내 대학 진학이 어려워진 전국의 11개고교 16명의 야구선수들은 지난해말 중국 심양체육대학으로의 집단 유학을 결정, 씁쓸한 충격을 던져줬다.
청소년들을 울리는데는 일부 학부모도 한몫을 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자식을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학부형들의 지나친 노력은 감독에 대한 금품수수, 부당한 압력행사 등 갖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감독 선임과 교체에 학부형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기도 해, 일부 고등학교 감독들은 "선수 지도보다 학부형 관리가 더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로비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학생들은 경기출전이나 훈련에서 `따돌림'을 받아 재학시절부터 불이익과 함께 심한 정신적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다.
[김우석 기자 kwooseo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