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뮤지컬 해외시장 진출 활발 '브로드웨이를 넘자'
기사입력 2000년 01월 05일 15시 44분
한국 뮤지컬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90년대 이후 공연예술의 총아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뮤지컬이 그동안의 양적 질적 성장을 바탕으로 야심차게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몇몇 작품의 성공은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가장 대중성있는 공연 장르', `가무를 즐기는 우리 정서에 맞는 장르'라는 뮤지컬. 15년간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린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같은 신화가 우리에게도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다. `수익률 높은 문화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뮤지컬의 새 천년 용틀임을 살펴본다.
현황
대형뮤지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작품은 역시 극단 에이콤의 `명성황후'다.
97년 한국 작품으로는 최초로 뉴욕 입성에 성공, 작품성을 검증받은 `명성황후'(윤호진 연출)는 3월말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10월에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각각 열흘간 공연을 갖는다.
특히 시드니공연에서는 모든 출연자들이 전막을 영어로 노래한다. 자막처리보다 감정 전달이 훨씬 쉬워지는 것은 물론, 훨씬 세련된 `상품'이 되는 셈이다. 에이콤은 앞으로 모든 외국공연에서 영어를 사용할 계획이다.
주방기구로 사물놀이 리듬을 연주하는 PMC환퍼포먼스의 비언어 퍼포먼스 `난타'는 이미 35만달러의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미국 올랜도 디즈니랜드와 올 1월 일본 공연의 수입명세서다.
3월 호주, 4월 싱가폴, 5월 대만, 6월에는 런던을 비롯한 유럽 등 전세계를 돈 뒤 10월 대망의 오프 브로드웨이에 진출한다는 야심찬 스케줄을 추진하고 있다. `난타'의 올해 예상수입은 100만달러다.
`장보고의 꿈'으로 95년부터 5년간 22개국을 순회했던 극단 현대극장은 지난해 국내무대에 선보였던 `팔만대장경'을 후속카드로 내놓는다. 부분적으로 작품을 손질해 오는 6월 일본 후쿠오카와 요코하마에서 첫 해외공연을 갖는다.
또 번역작품이기는 하지만 신시뮤지컬컴퍼니의 `갬블러'도 2001년 상반기에 일본 간사이TV의 초청으로 오사카에서 공연을 갖는다. 창작이 아닌 번역작품이 해외무대에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뮤지컬의 하드웨어가 탄탄해졌음을 뜻한다.
추진중인 작품들
일천한 역사속에서도 가장 많은 노하우를 축적한 `명성황후'의 에이콤과 `난타'의 PMC환퍼포먼스가 각각 업그레이드된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에이콤은 보편적인 사랑이야기를 동양적 색채로 물들인 `몽유도원도'(최인호 원작)를 내년초 선보이고, 환퍼포먼스는 자동차 정비소에 추락한 외계인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비언어퍼포먼스 `UFO'를 준비하고 있다. `난타'가 호평을 받았던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내년 출품할 예정.
신시도 내년 상반기 선보이는 `산불'(차범석 원작)의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작곡을 맡은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출신이자 `갬블러' 작곡자인 에릭 울프슨과 제휴해 영국과 일본 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에이콤이 자체 기획팀에서 섭외와 계약 등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반면 환퍼포먼스는 브로드웨이 아시아 컴퍼니(BA)와 에이전시 계약을 맺고 역할분담을 한 것이 차이.
전망
한국뮤지컬의 해외진출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난타'를 제외하고는 `현찰'을 손에 쥐는 작품이 아직은 없다. 그러나 `난타'와 `명성황후'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국적 소재를 지구인이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감동과 재미로 포장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은 확보해 놓았다.
전문가들은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과 대기업 자본의 유입을 통한 국내 뮤지컬의 활성화가 선행된다면 해외진출도 그만큼 쉬워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산 브랜드를 단 뮤지컬들을 외국에서 만나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김형중 기자 h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