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이대로 침몰할순 없다'
기사입력 2000년 01월 05일 13시 42분
`더이상 수모는 없다.'
기아 엔터프라이즈 `코트의 마술사' 강동희(34)가 오기의 칼날을 날카롭게 세웠다.
강동희는 지난 4일 부산 SK전이 끝난 뒤 라커룸에서 눈가에 이슬을 보였다. 도저히 질 수 없는 게임서 역전패를 당한 원통함 때문이었다.
경기 종료 1분전까지 8점 앞서다 마지막 순간을 못버틴채 잇딴 턴오버와 허술한 수비로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전 끝에 무릎을 꿇은 것.
팀창단 후 최다인 8연승을 올린 SK의 환호작약을 지켜보며 강동희는 시즌 최다인 4연패의 씁쓸함을 곱씹어야 했다.
특히 계속되는 패배 속에서도 선수들에게 불평 한번 없이 오히려 격려로 팀을 이끌어온 박수교 감독에 대한 미안함때문에 고개도 제대로 들 수 없었다.
2게임 연속 최다어시스트 타이기록(16개)을 달성한 기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강동희는 부산 숙소에서 밤늦도록 날을 바꿔가며 정인교(30) 봉하민(29) 김영만(28) 등 고참급 후배들과 진지하게 얘기를 나눴다.
문제점을 꼼꼼하게 짚어보면서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해야 될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흐트러진 정신력을 바로 잡고 잃어버린 파이팅도 되찾자며 결의를 다졌다.
강동희는 벼랑 끝에 몰린 비장함으로 6일 안양 SBS전에 나선다.
팀이 SBS전 2연패에 빠져 있어 승리에 대한 집념은 더욱 유별날 수 밖에 없다.
5일 현재 23게임서 평균 8.39개의 어시스트로 라이벌 이상민(8.31개)을 2위로 밀어내고 이부문 선두를 되찾았지만 개인기록은 이제 눈밖이다.
"결코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
침몰 직전의 기아호는 배수진을 친 강동희를 앞세워 소생할 수 있을까.
[부산＝김종석 기자 js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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