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85)
기사입력 2000년 01월 04일 14시 42분
독도 북동쪽 44㎞, 해상자위대 오스미함
상륙함 오스미는 천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전속력으로 동해를 가로질러온 상륙함은 이제 다른 일로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행갑판 위에 잔뜩 올려진 헬리콥터들이 오스미함의 위용을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먼저 오스미함의 하갑판이 분주해졌다. 함미에 장착된 커다란 개폐식 문짝이 천천히 아래쪽으로 내려졌다.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던 거대한 상륙용 공기부양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속 50노트의 속도로 물 위를 떠서 달릴 수 있는 LCAC 상륙호버크 래프트는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최신형 상륙장비였다. 강력한 엔진 덕택에 LCAC 상륙정은 전차를 싣고도 시속 40노트 이상으로 항주할 수 있었다.
LCAC 상륙정의 꼬리 부분에 장착된 프로펠러가 움직이더니 곧 하갑판 안쪽으로 거센 뒷바람을 뿜어댔다. 안에 있던 유도 요원 몇몇은 몸이 날아가지 않도록 벽을 움켜쥐어야 할 정도로 강한 뒷바람이었다.
이제 LCAC 상륙정은 오스미함을 벗어나기 위해 뒤쪽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물에 내던져지듯 튕겨져 나간 첫 번째 LCAC 상륙정 뒤로 안쪽 깊숙하게 탑재된 두 번째 LCAC 상륙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호버 크래프트 두 척은 독도 쪽으로 방향을 바꾼 다음 전속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상갑판이었다. 제일 먼저 육상자위대의 AH-1S 코브라 공격 헬리콥터가 시동을 걸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20㎜ 발칸포와 로켓탄으로 무장한 코브라 공격헬기는 모두 네 대였다. 이것은 좁디좁은 독도를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한 숫자였다.
"탑승！"
항공유도요원이 팔을 휘돌려댔다. 갑판 위에는 UH-60J 수송헬리콥터에서 내뿜는 날카로운 터보샤프트 엔진음과 로터 회전음이 뒤섞여 긴박감을 잔뜩 고조시켰다. 갑판에 대기 중이던 육상자위대 자위관들도 일제히 수송헬리콥터로 뛰어나갔다. 요란한 소음에 가슴도 덩달아 쿵쿵 뛰었다.
"자！ 드디어 시작이다. 가자！"
미야자키 육사장이 첫번째 수송헬기에 올라타며 잔뜩 긴장된 목소리로 외쳤다. 옆자리에 앉은 다나카 히로유키는 긴장감으로 아래턱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바보같은 놈！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하늘에서 몽땅 쓸어버릴 거야！"
미야자키가 다나카를 안심시키기 위해 헬멧을 툭툭 쳤다. 엔진음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며 미야자키가 순간적으로 기우뚱거렸다. 가벼운 느끼함과 함께 미야자키와 다나카가 탑승한 헬기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곧 이어 활짝 열려진 양쪽 문으로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가운 물기가 미야자키와 다나카의 얼굴을 때렸다. 어느새 흐려진 하늘에서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