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남자] 음모 (12)

기사입력 2000년 01월 04일 14시 39분


신년이 되어서 각 팀별 엄무평가가 발표되었는데 이대진의 6부 특수팀은 전체 영업부 20개 팀중에서 2등을 했고, 6부의 4개팀 중에서는 1등이었다.

그래서 매출 순이익의 25%를 떼어 받게 되었다. 전체 3위까지는 25%이고 6위까지는 15%이지만 7위부터는 기존 상여금 400%를 받도록 규정이 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팀이 기존 상여금 400% 지급 수준 이하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때는 7위부터의 팀은 이익금을 기준으로 상여금이 재조정된다.

따라서 6부 특수팀은 6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1억 8000만원의 상여금을 받아 직급과 오더 성적별로 배분되었는데 이대진은 2200%의 상여금을 받는 셈이 되었다.

그렇지만 16등을 한 6부 C팀의 상여금은 평균 150%였다. 실적별로 평가 기준이 엄격한데다 팀별 체제로 경쟁 운영되는 조직이어서 각 팀은 독립회사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지역과 품목, 상황에 따라 팀의 오더수주 영역이 정해져 있었지만 실적에 눈이 벌개진 각 팀은 남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팀장 싸움이 부장들끼리의 싸움으로 자주 번졌다. 한마디로 300여명이 한 사무실을 쓰고 있었지만 이곳도 전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시무식과 시상식을 마치고 나서 6부 특수팀은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의 일식집에 모였다.

식사를 시킨 다음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이대진이 오성호를 보았다.

"이봐, 가져왔어?"

"예. 여기."

오성호가 주머니에서 꺼낸 봉투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2000입니다."

"좋아. 차대리 줘."

그러자 오성호가 봉투를 차만석에게 건네주었다.

"받아. 상여금이다."

"아니. 이게."

얼굴이 하얗게 굳어진 차만석이 먼저 이대진을 보았다가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오래 시선을 맞추는 팀원이 없고 모두 시치미를 뗀 얼굴이다. 이대진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팀 공금에서 빼냈다. 팀원들도 모두 동의했고."

"저, 왜 저한테 주십니까?"

"자네 사기를 올려주려는 거야. 팀에 온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단 하루 있었더라도 자넨 우리 팀원이다."

"저는 받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차만석이 말하자 오성호가 혀를 찼다.

"제기. 어서 넣어. 쪽팔리게 굴지말고."

그리고는 봉투를 집더니 차만석의 바지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한 식구끼리 체면 차리지 말자구."

그러자 차만석이 어깨를 치켜 올리더니 식탁 가운데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그럼 받겠습니다."

차만석은 상여금을 받지 못한 것이다. 팀이 해체된 후에 대기발령을 받고 있던 참이어서 실적과 순이익이 났을리가 없다.

방안의 분위기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입사 1년이 된 서미영도 상여금 700만원을 받았고 정현희는 2000가까이 된다. 정색한 이대진이 팀원을 둘러보았다.

"올해 우리가 집중해야 할 오더는 북한으로 수출되는 성한공사 건이다."

그의 시선이 팀원들을 차례로 훑다가 차만석에게서 멈췄다.

"차대리, 자네가 맡아라. 정현희와 서미영이 실무를 책임지고."

시선을 돌린 이대진이 오성호를 보았다.

"자넨 나머지 오더를 맡아. 최경태와 김영만이 실무자다."

신년의 업무조정이다. 모두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