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21세기 아내의 소원?
기사입력 2000년 01월 02일 16시 50분
나의 하나밖에 없는 친 남편이며, 우리가 만든 두 파편의 친 아버지인 에로-씨여！
나, 아득한 옛 세기인 20세기에 당신에게 시집 와, 온갖 기술 다 동원하야 밤이고 낮이고 몸과
마음 다 바쳐 당신을 섬겼는 바, 서양말로 기브앤테이크라고 주는 것이 있으면 당연이 오는 것
이 있어얄진대 그대는 받기만 하고 주진 않으니 이 어찌된 연유인가요?
크게 시대가 바뀌었으니, 인간이 마땅히 지녀야 할 도리 또한 새로워져야 하거늘, 임자에게 큰
거 기대하지 않으나, `쇠'만큼만 이 몸과 두 개의 파편을 챙겨주기 바라오.
저 20세기에는 날 하녀처럼 부리지 않았습니까? 이제 달라지소서！
첫째. 21세기에는 내 말에 복종하는 충직한 하인 돌쇠가 되고
둘째. 21세기에는 여기저기 얼굴 내밀며 돈을 버는 마당쇠가 되고
셋째. 21세기에는 아내의 비밀만큼은 정태수나, 전직 대통령 최모씨처럼 입을 닫는 모르쇠나 자
물쇠가 되고
넷째. 21세기에는 친구들과 밥 먹고 돈 낼 때 화장실을 가거나 신끈을 고쳐 매는 구두쇠가 되고
다섯째. 21세기에는 가정을 위하여 일하다가, 몸이 천근만근 무거운 납덩이가 되어도 그 걸 집
어 올리는 기중기같은 무쇠가 되고
여섯째. 21세기에는 아내가 비록 늦잠을 자거나 설거지가 형편없어도 둥글둥글 웃는 굴렁쇠가
되고
일곱째. 21세기에는 아내가 가고 싶은 곳 그 어디에도 데리고 가서 안으로 넣어 주는 열쇠가 되
고
여덟째 아직 당신은 늙지 않았다오, 밤이면 이 아내의 눈짓을 알아차려 `위안의 밤'을 늘 갖는
변강쇠가 되어 주길 바라오.
내 소망, 그저 이렇게 작은 것이오니 실행에 절대 차질이 없길 협박조로 바라는 바이
오.
-21세기가 시작된 원단(元旦)에 당신의 아내 정선아 아룀.
*흑흑~！ 여러분의 아내들도 여러분을 `쇠'가 되라고 합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