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 신인류 머리서 발끝까지…인터넷으로 즐긴다
기사입력 2000년 01월 02일 16시 36분
인터넷을 통해 책을 사고 파는가하면, 음악, 영화, 미술품까지 넷을 통해 즐김으로써 문화예술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다.
▲음악과 영화.
인터넷을 상용하는 신인류로 인해 음악과 영화의 배급과 유통에도 큰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조PD. 98년 11월 조PD가 자신의 노래를 MP3를 통해 인터넷에 띄워 네티즌들의 폭발적 인기를 얻자, 음반제작자가 그를 수소문해 결국 음반을 발매하고 음반 발매 두달만에 20만장 판매기록을 세운 것은 인터넷의 힘을 말해준다.
또 지난해 여름 북미지역 상영 미국영화 흥행 7위를 기록한 공포물 `블레어 위치'가 제작비 6만달러의 2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려 가장 성공적인 저예산 독립영화의 모범으로 꼽힌 것 역시 인터넷 홍보 덕분.
영화 제작과정을 인터넷에 띄워 제작과정부터 입소문이 나도록 유도한 `블레어위치'는 TV나 신문이 아닌 인터넷을 선택함으로써 미국영화사상 최고 수익률 기록에 도전했다.
이렇게 인터넷은 영화 외에도 문화예술 생산물의 홍보나 유통 배급, 프로모션의 양태를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
독립영화의 경우는 관객과 투자자가 일치될 수 있다. 보편적으로 영화관객과 제작자가 따로 구분됐지만, 앞으로는 그 양자가 일치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또 연재물처럼 영화를 인터넷에 배포하고 관객이 웹사이트를 통해 이를 구독하는 방식도 나올수 있다.
▲미술과 만화, 애니메이션
넷을 이용한 넷아트(혹은 웹아트)의 발전은 기존의 미술과 만화, 애니메이션 발전에도 큰영향을 끼치게 된다.
시각예술의 영역이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열려온 권위적인 미술을 포함해 게임이나 CF까지 무한정 확대된다.
미술관이나 화랑들의 사이버갤러리 역시 한층 활성화되고 작품들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많은 미술관이나 화랑이 미술작품을 사이버공간에 올려 놓은 정도밖에 안되지만, 앞으로는 마치 전시장을 걸어다니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가질수 있는 가상 체험 형식이 도입될 추세. 인터넷 경매도 확산일로에 있다.
▲문학
PC통신에서 `작가=독자'의 공식이 확립되고 통신 연재 작품들이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런 흐름은 `등단'이란 작가양성 구조에도 변화를 주게 마련이다.
또 출판사가 아닌 개인도 출판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된다. 개인 발행잡지 수백종을 소개하는 `인포메일' 웹사이트의 경우, 개인이 발행자이자 구독자로 활약하는 것은 대표적인 예.
웹카툰, 웹애니메이션 등도 날로 확산되고 있다.
▲패션
`개인형 미디어(personalized media)의 시대, 유행은 없다?'
천만의 말씀이다.
개성도 유행이니까.
톱디자이너, 헤어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앞다퉈 전망한 2000년대 트렌드는 크게 두줄기다.
철저하게 사이버로 튀거나, 완전하게 자연으로 돌아가거나.
도전의 이미지는 자연스러움과 상통한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점점 원시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흔히 패션은 경제상황과 반대경향을 보여왔다.
불황때 밝은색이 뜨고, 호황때 흑백기조가 강세다.
그만큼 패션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 소망의 메시지를 담는다.
세기말의 미니멀리즘을 몰아내고, 2000년대 초반에는 화려한 장식적 디테일과 흡사 스펙트럼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색감이 득세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새천년에 대한 기대감의 표현이다.
▲언어
시시콜콜한 비밀까지 사정없이 발가벗겨지는 사이버 세상.
21세기인은 오히려 자기정보의 지나친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언어의 비틀기 현상이 두드러졌던 세기말의 주류 `N세대 언어'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 축약화.
이 추세는 21세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간단하게 쏘아 말하는 것을 `직설적'으로 생각하면 대착각.
딱 필요한 의미 이상의 감정은 전달하고 싶지않은 지극히 폐쇄적인 의사소통 형태다.
e메일과 문자통신의 시대.
언어는 보다 함축적으로 가고, 아이콘 부호 그림이 중요한 의사전달 도구가 된다.
`어솨(어서와) 21세기!' `글자는 껍디(껍데기)' `말밥(당연하지)!'
▲공연예술
공연예술은 시각예술과 달리 원래의 성격을 고수해나가면서, 정보 교류 차원에서 인터넷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에서 인터넷 연극 감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지금까지 공연예술가 중에서 정보 부족을 이유로 외국 작품을 카피하는 이들도 상당수 됐으나, 앞으로는 지구촌의 정보교류가 어느때보다 급진전돼 상황이 달라질 듯.
문예진흥원 국제교류부나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등에서 우리 공연의 국제교류에 관심을 쏟아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고 대외적으로 우리의 우수한 문화를 소개해, 하루빨리 해외 교류를 활성화시켜야한다는 과제도 갖고 있다.
[이화순 기자 may@sportschosun.com]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