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골프여왕' 박세리의 나라사랑
기사입력 2000년 01월 02일 15시 05분
미장원에서 머리를 손질하던 박세리(22．아스트라)가 갑자기 아이디어를 냈다.
"아무래도 생각해도 이 드레스는 안 어울려요. 그래도 우리나라가 잘되자는 행사인데 서양옷을 입고 나간다는 것은 좀 그렇지 않아요. 한복이 나을 것 같아요."
박세리는 이날 앙드레 김이 맞춰준 가슴이 파인 검정색 드레스를 입고 나가기로 하고 옷까지 받은 터였다.
`새천년 준비위원회'는 앙드레 김에게 박세리가 한국을 대표해 1월1일이 생일인 각 세대 대표들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고'가 와서 축하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계화된 옷을 앙드레 김에게 부탁했던 것.
그러나 `한복이 좋겠다'는 박세리의 생각을 전달받은 앙드레 김은 고민을 했고 마땅한 한복이 없자 오는 3월 워싱턴DC에서 열릴 자선 패션쇼에 출품할, 아직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옛 궁중복 스타일의 자켓을 꺼내왔다.
궁중복에다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유행했던 모든 문양을 새겨넣은 옷.
"박세리의 생각이 이렇게 깊은 줄은 나도 몰랐어요. 세계와 한국의 조화, 역시 멋져요."
앙드레 김의 협조로 박세리는 새 자켓을 행사시작 3시간전에 긴급히 전달받았고 평가는 대만족.
박세리는 결국 서양의 드레스 위에 한국의 옷을 걸친, 한국이 세계를 덮어버린 형상의 멋진 드레스를 입고 행사를 마쳐 새해 벽두부터 그녀의 야심을 은근히 드러냈다.
[이사부 기자 golf＠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