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국내 첫 승마등반 화제
기사입력 1999년 05월 20일 14시 34분
"이 말들이 제발로 여기까지 온겁니까?"
"헬기로 실어온 것 아니에요?"
19일 오후 경기도 포천군 일동면과 가평군 북면을 경계짓는 명지산（1267@）의 줄기인 오뚜기령（일명 강씨봉）을 찾은 등산객들은 난생 처음보는 광경에 깜짝 놀랐다.
워낙 가파르고 돌이 많아 사람은 물론 4륜구동 차량도 몇번이나 시동을 꺼뜨리는 산길에 난데 없는 말（馬）떼가 나타난 것이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사람을 태운 8마리의 말들은 멍하니 쳐다보는 등산객들을 뒤로한 채 바위와 진흙, 나무줄기 등 장애물들을 교묘히 피해가며 여유롭게 해발 900@대의 오뚜기령을 넘었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린 이날 명지산에 나타난 말과 사람들은 포천 운악승마클럽이 최근 국내 최초로 결성한 승마 등반대.
아직까지 대중적 기반이 없는 국내 승마는 마장 안에 설치된 트랙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것이 전부였다.
트랙을 벗어나 울타리 바깥에서 말을 타는 `외승'이 있지만 이것도 승마장 주변의 풀밭을 천천히 걷는 것이 고작.
운악승마클럽이 개발한 산악 승마는 돌밭이건, 개울이건 가리지 않고 달린다는 점에서 기존의 승마와는 완전히 차별된다.
운악승마클럽이 산악 승마에 사용하는 말들은 몽고말.
몽고말은 징기스칸이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할때 함께 했던 말로 체구는 작지만 튼튼하고 지구력이 뛰어나 험한 길을 달리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경마에 투입되는 더러브렛 등 `보통말'이 포장도로용 승용차라면 몽고말은 비포장도로용 전천후 4륜구동 차량.
이날 승마 등반대는 포천군 화대리에서 오뚜기령을 넘어 가평군 적목리 논남기까지 왕복, 26㎞를 약 2시간만에 주파했다.
승마등반대의 리더인 운악승마클럽 전원배 교관（40）은 "2년전부터 말을 타고 산을 타는 산악승마를 구상해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회원들과 함께 도전해봤는데 트랙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운악승마클럽측은 올해안으로 북한산, 지리산 등 유명산을 말로 타고 넘어볼 계획이다.
[포천＝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