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소프라노 송광선 29일 목포서 독창회
기사입력 1999년 05월 20일 14시 34분
1절 이후 52년 만에 2절이 작사된 금지된 구전가요 한편이 급속도로 대중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화제의 노래는 애절한 사연을 담은 `부용산'.
지난 1947년 작사_작곡된 이 노래는, 목포 지방에서 주로 불려지다 작곡한 안성현이 월북하고 빨치산들이 애창함에 따라 금지곡으로 알려지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왔다.
호남지방에서 숨죽여 불리던 노래로, 최근 뜻있는 사람들이 이 노래를 재발굴, 전국적으로 불려질 수 있는 우리의 가곡으로 만들려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작가미상 혹은 1절만 가수들에 의해 불려지다 합창곡, 오케스트라 연주곡 등으로 만들어져 호남 지방만이 아닌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부용산' 결정판 무대는 리릭 소프라노 송광선이 출연, 오는 29일 오후 6시30분 `부용산 오리길에'라는 제목으로 전남 목포의 호프카페 `뉴 프린스'(0631－242－6911)에서 열린다.
송씨는 이날 `부용산'을 비롯해 우리 가곡 `엄마야 누나야' `가고파'`그네'등을 불러 가곡 `부용산'의 위상을 관객들에게 물을 예정.
또 이날 공연 막간과 막후에는 전국의 명사들이 참가하는 `부용산 부르기 경연대회'가 열려 그동안 속으로만 간직해온 이 노래를 대중 앞에서 목청껏 부르게 된다.
`부용산'(전남 벌교에 있는 산이름에서 따옴)은 지난 1947년 당시 목포 항도여중 교사이던 시인 박기동씨의 시를 동료 음악교사였던 안성현(최승희의 남편 안막의 조카)이 곡을 붙였으며 학생 배금순이 처음으로 불렀던 노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죽은 여동생을 부용산에 묻고 돌아와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제망매가'란 설과 당시 3학년에 재학중이던 김정희라는 천재적인 학생이 폐결핵으로 죽었을때 이를 추모하기 위해 붙였다고 하는 두가지 설이 전해져왔다.
그러나 당시 항도여중 학생이었던 경기대 김효자교수는 애제자곡으로 `부용산'을 소개했다.
지난 4월 초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박기동씨를 만나고 돌아온 연극배우 김성옥씨 역시 "작가에게 들은 말을 되새기면 애제자 곡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할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제 이 노래는 해석하는 사람들의 자유로움에 맡겨지는 것이 좋을 것같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지난 방문에서 2절 작사를 제의, 박씨가 이를 수락해 원고를 보내옴으로써 1절이 작사된 이후 52년 만에 2절이 작사되는 세계적인 기록을 남기게 됐다.
김씨는 "이 노래에 담긴 사연이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노래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연극인 김성옥씨, 언론인 김성우씨, 소프라노 송광선씨가 함께 한 작은 모임에서 였다. 우연히 이 노래 이야기가 나왔고 김성옥씨는 자료취재에 나섰다. 그리고 김성우씨가 처음으로 지난해 2∼3월 신문에 소개했다.
이후 올해 들어 뜻있는 음악인들이 노래를 다듬어 대중 속에 소개했다. 지난 13,14일 삶과꿈싱어즈는 중앙대 김동환교수가 4부 합창곡으로 편곡한 `부용산'을 경북 포항에서 소개해 노래로 영－호남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다.
또 최근 경원대 이대순총장이 중심이 되어 음대학장인 신수정씨(피아니스트)가 오케스트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어 머지 않아 오케스트라 연주로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대순 총장이 전남 벌교 부용산에, 김성옥씨가 목포에 각각 노래비를 세울 계획으로 있어 두곡에 같은 노랫말을 새긴 노래비가 건립될 것으로 보인다.
애절한 가사와 가슴을 조용히 파고드는 곡에 의해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라진 것들에 대한 애닯음을 노래한 `부용산'. 우리 한국인의 대표적인 서정성을 담은 이 노래가 호남지방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불려지길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다.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