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더 월']'인간성 회복' 소리없는 외침
기사입력 1999년 05월 19일 14시 51분
이미 볼만한 사람들은 다 봤다. 대학가에서, 또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의 카페 등지에서.
너무도 유명한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The Wall).
1982년 경제공황을 맞아 혼돈 속에서 인간성을 상실해가던 영국인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희망의 길을 찾아나서자며 부르짖었던 영화. 전쟁을 반대하고, 파시즘을 반대하고, 획일화된 교육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알란 파커의 영상메시지가 `더 월'이다.
17년동안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충격적인 영상 때문.
스토리나 대사도 없다. 영국의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가 발표한 더블 앨범을 바탕으로 노래의 가사로만 스토리를 전개할 뿐이다. 급진적인 문명 속에서 소외되어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여러가지 삽화를 통해 우울하게, 때로는 충격적으로 그려진다.
이런 식이다. 수학시간에 시를 쓰던 소년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조롱거리가 된다. 개인의 창조적인 특성이 무시되는 억압된 교육현실의 고발인가 싶더니 곧바로 포탄이 쏟아지고 피를 흘리는 병사들의 모습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억압된 교육현실이 곧 인간성이 말살된 전쟁터임을 암시한다.
화면이 바뀌면 학생들이 이러한 교육현실을 타파하려는 듯 교복을 벗어던지고, 자신들을 짓누르던 교사를 징계한다. 이윽고 숨막힐 듯한 장벽이 제거된 듯 회심의 미소를 짓는 순간, 이 모든 일들이 모두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굳이 주인공을 들자면 소년 핑크(밥 겔도프)다. 핑크의 아빠는 전쟁에서 죽었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핑크는 꽉 막힌 학교를 거쳐 청년으로 성장한다.
결혼한 핑크. 그러나 벽은 여전하다. 정상적인 가정을 용납하지 않는 현실. 여기에다 아내는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떠난다.
핑크는 술과 록큰롤에 취해 노래를 부르며 벽을 절감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애니메이션. 실사로 표현하지 못하는 걸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꽃으로 표현된 섹스 장면은 선정적이다 못해 충격적. 또 아이들이 소시지로 변화되어 나오는 장면은 획일화된 교육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메시지에 다름아니다.
작은 TV모니터로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커다란 화면과 음향으로 느낄 수 있는, 놓치면 아쉬운 영화다.
[전문가 평점]
서인숙(상명대교수)_★★★★
양윤모(영화평론가)_★★★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