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여선전용 사우나 '도박 하우스'로
기사입력 1999년 05월 19일 14시 27분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에 있는 몇몇 여성 전용 사우나에서 여성들만의 `상설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사우나에는 입구에 주차 관리인이 있어 차가 들어오면 신분을 확인한다.
행여 남녀 사우나인 줄 잘못 알고 들어온 차는 시동도 끄기 전에 쫓겨난다.
여성 전용 사우나에서 특급호텔보다 주차관리를 철저히 하며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체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곳을 드나드는 `손님'과 종업원들은 여성 전용 사우나, 쑥찜방 등은 `하우스'（사설 도박장）와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이런 까닭에 주차장 입구에 주차 관리인이 아닌 `감시인'을 고정 배치, `손님'만을 입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4∼7명이 한팀을 이룬다.
차 한대에 몇명씩 타고오기도 하지만 약속장소를 아예 이곳으로 정하고 각자 승용차를 몰고 오는 손님도 많다.
사우나인 만큼 물론 목욕도 한다.
목욕이 끝나면 여관방처럼 돼 있는 방에 모여 판을 벌이기 시작한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고액권이 하나도 없고 하나같이 1000원짜리밖에 없다는 점.
누가 봐도 친구끼리 심심풀이로 하는 장난같다.
그러나 바닥에 널린 1000원권 지폐는 그냥 1000원짜리가 아니다.
바로 10만원짜리 `칩'이다.
이들은 단속반이 들이닥칠 것에 대비, 사우나 관리인에 몇백만원을 맡기고 그 돈만큼 1000원짜리로 바꿔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다.
누군가 1000원짜리 지폐를 몰래 갖고 들어갈 수도 없다.
사우나의 특성상 모두 알몸에 가운만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로 즐기는 게임은 화투 2장으로 승부를 가리는 `섰다'.
물론 `도리 짓고 땡'이나 `고스톱' `포커' `훌라' 등을 하는 팀도 있지만 `꾼'들은 승부가 빠른 `섰다'로 붙는다.
이들이 벌이는 도박판의 판돈은 하루에만 수천만원대에 이른다.
하루 판돈에 도박을 벌인 횟수 등을 곱하는 경찰이나 검찰의 계산법대로 하면 수억∼수십억원대 도박단인 셈이다.
그러나 `칩'을 쓰는 만큼 적발이 되더라도 몇십만원짜리 `판'박에 되지 않는다.
이곳 실정을 잘 아는 A씨（48）는 "전문적인 하우스가 당국의 단속으로 거의 무너진 상황이지만 여성 사우나는 특성상 남자 단속반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뛰어들기 어렵고, 설사 판을 덮치더라도 밀고자 없이는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