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다음세대를 위한 휘생 (1)
기사입력 1999년 05월 19일 14시 27분
미래의 지구 대한민국 서울 어느 일반 가정집.
현관문의 인공지능 전자회로는 지금 밖에 누군가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작동하고 있다.
적외선과 초음파, 열감지 센서가 한꺼번에 작동해 눈동자와 지문을 조회하고 있다.
몇초의 시간이 흘러 허가 판정을 알리는 푸른색 램프가 들어온다. 이어 무소음 스테핑 모터가 작동하면서 가볍게 현관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고 등장한 것은 동사무소에서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아서 들고오는 이 집의 아들이다.
재택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관공서와 연결이 돼 있지만, 주민등록증 발급같은 신원을 명확히 증명해야 하는 것들은 아직도 원시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 집의 아들이 신발을 벗고 마루에 한발을 딛자, 센서가 다시 작동하면서 프로그램대로 집안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집 아들이 프로그램한대로 먼저 벽시계에서 현재 시각을 알려준다. 다음 세계의 외신 속보나 국내의 긴급 속보들이 있는지 재빨리 확인한다. 그리고는 주인 아들의 취향에 맞게, 비발디의 사계중 가을이 시계에서 흘러나온다.
주방에서는 커피 물을 끓이기 위해서 물을 받고 있다.
이미 집안의 환기와 온도는 주인 아들이 오기전에 맞춰져 있다.
이어 외부로부터 수신된 메시지가 텔레폰 머신에서 흘러나온다.
"안녕하십니까? 인구관리및 식량연구정책청에서 연락드립니다. 우선 귀하가 성인이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몇달전에 저희 인-식청에 보내신 귀하의 정자는 잘 받아서 우성 난자와 수정하여, 현재 귀하의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읍니다.
그런데 현재 귀하의 아기는 영양 공급이 부족하여, 아직 고속성장을 하고 있지않아, 기한이 초과되면 폐기 처분된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기한이 넘어, 의무를 불이행하실 경우에는 벌금이 부과됨과 동시에 정부 지원을 받지못함을 숙지시켜 드립니다.
빠른 시일내에 메모리 이전 날짜를 통보하여,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 메시지는 1차 경고이고 2차, 3차 경고가 아직 남아있으며, 4차 경고가 갈 경우 귀댁에 식량과 에너지 공급이 차단됨을 명심하십시요. 이만, 댁내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 집 아들은 텔레폰 머신에서 들려오는 경고 메시지에 갑자기 우울해진다. 혼자있기가 싫어진다.
그는 어머니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 안방으로 들어간다.
안방에는 살아있는 생명체라곤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잘 정돈된, 책장같은 곳 안에 여러가지 것들이 꽂혀 있을 뿐이다.
하드 디스크부터 각종 레이저, 콤펙트, 광자기 디스크 등등. 그리고 최근에 개발된 생체신경 디스크(Bital Line Disk:BLD)까지 거의 모든 정보 저장매체가 즐비하다.[계속]
글·이정우(하이텔ID:Vand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