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뛰게 해주세요' 다친 곰들의 투혼
기사입력 1999년 05월 19일 14시 11분
"코치가 쉬라는데 나가겠다는 건 뭡니까?"
황당하다며 고개를 휘휘 내젓는 두산 최일언투수코치지만 얼굴 가득 퍼지는 뿌듯한 미소는 감출수 없다.
18일 현재 8개구단 투수중 가장 많은 29경기에 나선 왼손 이혜천（20）은 지난 15일 잠실 LG전서 공을 던지다 팔꿈치를 삐끗했다.
트레이너가 상태를 훑어보고 "이틀쯤 쉬자"고 했지만 이혜천은 16일에도 "준비하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훈련을 시작했다.
기특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해서 최코치가 특별 `통증검사'까지 실시했지만 이혜천은 입술을 깨물며 "참을만 하다"고 고집이다.
"약간 무리가 되더라도 LG전은 뛰고싶어요. 어제（15일） 차명주형이 선발로 나갔으니 오늘, 내일은 제가 꼭 대기해야해요."
무모해보일 만큼 스무살 체력에 자신이 있고, 팀을 생각하는 마음도 똘똘하다.
김인식감독은 오더를 쓰기전에 큰소리로 묻는다.
"정수근! 되는 거야, 안되는 거야?"
오른 허벅지 타박상으로 길게 고생하고 있는 정수근（22）은 부상 이후에도 거의 쉬지 못했다.
부기가 좀체 가라앉지 않은 다리를 칭칭 동여맨채 "됩니다!" 씩씩하게 대답한다.
마무리 진필중（27）은 구원 공동선두（14SP） 대접을 받지못한다. 동점은 물론 한두점 뒤진 상황에도 출격하지만 얼굴은 밝다.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날이 더워지면서 몸도 빨리 풀리고…."
`부상 노이로제'로 진저리를 치는 두산 벤치지만 어려울때 더 반갑게 만난 투혼이 있어 든든하다.
한발짝 그늘뒤에 머물다 뛰쳐나온 선수들로 뜻밖의 오름세를 탄 요즘, 두산의 힘은 바로 이들이다.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