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체험삶의현장'] 한우 귀에 '이경실 명찰' 부착
기사입력 1999년 05월 18일 14시 32분
나이트클럽에 가면 `조용필'과 `박찬호'가 흔하다.
그런데 최근 소백산엔 `이경실'이 나타났다.
귀에 `이경실'이란 패찰까지 달고 여유롭게 풀을 뜯는 `착한' 한우다.
인기 개그우먼 이경실이 `말 잘듣는' 소로 둔갑한 사연은?
아이를 낳느라 잠시 방송활동을 중단했던 이경실은 최근 KBS 2TV `체험 삶의현장'의 MC로 컴백했다.
`팔방미남' 조영남과 공동 MC를 보는 이경실은 알아주는 재담꾼. 스튜디오에서 녹화필름을 보며 `짓궂은 추임새'를 넣으면 출연자들이 땀을 뻘뻘 흘린다.
작가들이 미리 방송원고를 써주지만 정작 더 튀는 주인공은 조영남. 대본에 얽매이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화제를 이끌어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하는게 그의 주특기다.
하지만 스태프들은 혹시 방송이 잘못될까봐 녹화도중 연신 큰 백지에 방송멘트를 써주며 마음을 바싹바싹 졸인다.
이들을 `순치'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작가중의 한명인 최은경씨는 궁리 끝에 최근 충남 단양의 소백산관광목장에서 `체험' 녹화（24일 방송）를 하는 양희은과 입을 맞춰 `말 잘듣는 조영남 이경실'을 만들기로 했다.
우사를 청소하고 먹이를 나르는 등 고된 체험중의 하나가 이표（耳表）작업.
`비슷하게 생긴' 소를 구분하기 위해 귀고리를 만들어 숫자나 이름을 써넣는 방법이다.
`이경실'로 점지된 소는 양희은에게 순순히 귀를 내밀어 간단히 성공. 먹이를 주면 흐뭇한 눈짓을 하고, 몰면 모는대로 움직이자 스태프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조영남 소'는 톡톡튀는 조영남의 방송진행과 거의 똑같았다는 후문. 이리저리 머리를 흔들고 피하다 잽싸게 도망가는 바람에 결국 이표를 다는데 실패했다.
목장주인은 양희은에게 5만원의 품값을 쥐어주며 `개그맨 소'를 덤으로 얻은셈.
그러나 `체험 삶의 현장'의 스태프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영남은 결코 길들일수 없음을 다시한번 실감했다고. "경실아, 경실아, 워워"하는 목장주인의 얄궂은 목소리를 뒤로하며 해발 850@의 고지를 내려오는 기분이 "참담했다"고 농담한다.
[이유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