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불임 (2)
기사입력 1999년 05월 18일 14시 32분
난 그래서 욕실 안에서 정신없이 일을 치루고 있는 그것들을 그냥 놔두었다.
어차피 내가 수놈 푸들을 산 한참 후에 남편이 아무 생각없이 암놈 치와와를 샀으니까, 나에겐 잘못이 없다.
그런데, 남편은 내 푸들을 발길질했고, 그 발길질은 어느새 나에게로 이어졌다.
그리곤 기어코 며칠후 나의 푸들을 몰래 끌고나가 먹어치워버렸다.
남편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푸들을 해치웠다. 남편은 아파트를 벗어나 인근 야산으로 갔다. 나는 얼떨결에 남편을 몰래 미행했다.
야산에서 주위를 살피더니 이내 남편은 뒷목덜미를 잡아채어 나의 푸들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내 푸들은 핏발 선 눈으로 나의 남편을 바라보는 것 같았고, 경기를 일으킨듯 온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난 내가 비명을 지르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만 했다.
거기서 난 남편의 광기(狂氣)를 보았다. 남편은 주머니에서 재크 나이프를 꺼냈다.
그때 난 울면서 다짐했다.
`흑흑…. 저 소름끼치는 남편의 광기로부터 난 어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난 나의 푸들처럼 그렇게 잔인하게 죽을 것이다.'
집에 돌아온 나는 몹시 두려웠다.
그래서 난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얼마후 결국 남편은 내 치밀한 계획에 걸려들었고, 난 남편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남편이 지방으로 출장가는 날. 난 남편처럼 옷을 차려입고, 남편의 차를 몰고 아파트를 나섰다.
그리고 다시 나의 옷차림으로 나의 모습으로 아파트로 들어갔다.
다음날 예상했던대로 집으로 남편을 찾는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전과장님 댁이죠? 아！ 안녕하세요? 사모님. 저 박대립니다. 예, 저 혹시 전과장님 어디 계신지 모르세요? 예? 출장간다고 나가셨다고요. 그런데, 그곳에서는 안오셨다고 하는데… 혹시 집으로 연락이라도…?"
회사에서 남편을 찾는 전화였다.
난 그냥 연락이 없었다고 하면서 남편을 몹시 걱정하는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내가 전화를 끊고 나 조차도 알 수 없는 뜻모를 미소를 짓고 있을 때….
혼자 남은 남편의 암놈 치와와가 임신으로 잔뜩 무거운 배를 하고는 내가 준 개밥그릇에 담겨있는 음식에 얼굴을 묻고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음식을 보며, 난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한 쾌감 때문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고 있는 치와와에게 말했다.
"후후. 그래 이제 우리 한번 잘 지내보자. 니가 임신해 있는 동안 내가 고기는 충분히 먹여줄께. 아직도 냉장고 안엔 추워 떨면서 얼른 먹어주길 바라는 고기가 많이 있단다. 후후. 넌 임신해서 좋겠구나."
치와와는 내가 하는 말에는 전혀 신경쓰지않고 게걸스럽게 개밥을 먹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이번 회 끝＞
글·이정우(하이텔ID:Vand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