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서태석-25초만에 달러 100장 판별
기사입력 1999년 05월 18일 14시 32분
`위조지폐를 만들어 돈을 물쓰듯 마음껏 써보고 싶다'
서민들이 장난처럼 하는 말이다.
허황된 꿈이지만, 고달픈 현실을 반영한 농담이다.
그러나 이 사람 앞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한국외환은행 외화출납담당 서태석과장.
30년간 위폐감별사로 일해온, 국내 최고의 위폐감별사다.
불과 25초만에 달러화 100장의 위폐 여부를 판별해 내는 베테랑.
그가 그동안의 경험을 집대성, `위조지폐 가려내는 법'(txt)이란 책을 냈다.
"지난 4월부터 환전업무가 자유화됐어요. 하지만 위폐를 감식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 곳이 한군데도 없어요. 환전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책을 펴냈습니다."
서씨가 위폐감별이라는 독특한 일을 시작한 것은 미7사단 경리담당 사병으로 근무하면서부터.
당시 하와이에서 전입 온 신병이 교환하러 온 20달러짜리 지폐 5장 중 위폐 1장을 가려낸 것이 계기가 됐다.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 일화는 무수히 많다.
지난 96년 스위스은행이 국내 여행객이 소지한 100달러화에 위폐판정을 내렸다.
서씨의 감정으로는 진폐. 결국 달러화를 제조하는 미연방준비은행(FRB)에 감정을 의뢰, 진폐로 판정받았다.
94년엔 미국 FBI직원들에게 위폐 식별요령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요원들이 그에 관한 `개인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했을 정도. 요즘엔 하루 120만달러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낸 이 책에는 국내에서 발견된 각 국가별 위폐 식별법, 화폐에 관한 재미있는 토막상식들을 실었다. 모두 753장의 컬러사진을 사용, 진위 판별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씨가 지난 4월 발견, 아직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수퍼-A형'초정밀 위폐의 식별법도 수록돼 있다.
그가 일반인들을 위해 알려주는 비법.
"신용카드와 여행자수표를 사용하고, 현금은 가능한 한 소액권 으로 사용하십시오." [임정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