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소질-노력-머리 삼박자 두루 갖춰'
기사입력 1999년 05월 18일 14시 11분
주위에선 이승엽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를 알고 있는 야구인들의 대답은 입을 맞춘 듯 엇비슷하다.
폭발적인 힘, 정교한 타격, 선후배들과의 친화력, 성실한 자세 등등.
특이한 점은 야구적인 소질에 앞서 청년 이승엽으로서의 인간성을 으뜸으로 꼽는다.
스타에게서 쉽게 발견되는 자기중심적인 행동이 좀체 드러나지 않은 까닭에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한 상대라는 것이다.
속을 들춰보면 그만큼 욕심이 많은 선수도 드물다. 그래서 이승엽은 `평범한 스타'와는 차원이 다른 `참된 스타'로 칭찬을 받는지도 모른다.
◇아버지 이춘광씨가 본 이승엽
난 참 행복한 남자다. 내아들이지만 자랑스럽다. 야구뿐만 아니라 어릴때부터 속 한번 썩인적 없다.
승엽이를 낳기전 승엽이 엄마가 이상한 태몽을 꾸었다.
바구니 가득 뱀들이 들어 있었는데 승엽이 엄마가 가만히 속을 들여다보니 예쁜뱀 한마리가 천원짜리 신권을 입에 물고 품에 안겼다고 한다. 아마 그 뱀이 용이 되려고 했나보다.
내가 원래 무뚝뚝해 대놓고 칭찬해주지도 못했는데 어린 것이 어려운 시련을 혼자 이겨내는게 대견스럽다. 지금 생각이지만 승엽이의 뜻대로 대학에 가지 않고 프로에 보낸 것이 천만다행이다.
◆백인천 전 삼성감독
판단력이 뛰어나다. 걸음만 조금 더 빠르면 일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선수다. 지난 96년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처음 만났는데 얼굴은 앳된 기가 있었지만 행동은 대학생 이상으로 어른스러웠다. 그때 이미 1인자가 되겠다는 목표가 분명했다.
훈련량이 많은데다 머리가 좋아 다른 선수가 1년 걸릴 것을 한두달이면 깨우쳤다. 올해는 초반 부진에서 빨리 벗어났기 때문에 더 강해진 듯 싶다.
◆하일성 KBS해설위원
겉으로는 순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욕심이 많고 집념이 강하다. 지난해에 비해 오른발을 들고 치는 자세가 거의 완벽하다. 고교때 투수를 했기 때문에 오른발에 힘을 주는 요령을 터득한 것 같다.
타격자세는 틀리지만 과거 백인천을 보는 것처럼 임팩트와 타격이 끝난 뒤 팔로우가 상당히 좋아 앞으로 5년 정도는 매년 홈런 30개는 거뜬할 것이다.
◆박승호 전 삼성타격코치
이승엽은 지난 95년 투수로 입단했다. 어느날 저녁에 피칭훈련을 하는 이승엽에게 시험삼아 방망이를 건넸는데 소질이 보였다. 한달을 쫓아다녀 타자로 전환시켰다.
하나를 가르치면 금방 둘을 알 정도로 배우는 속도가 빨랐다. 처음에는 파워보다는 정확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소질, 노력, 머리 등 삼박자를 갖춘 선수다. 자정이 넘도록 훈련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정민태 현대 투수
올해 가장 까다로운 타자다. 정교하고 힘이 있는데다 변화구 대처능력이나 선구안이 좋다.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으면 기분이 나쁘기 보다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수긍한다. 무엇보다 경기장 매너가 좋아 호감이 가는 후배다. 많은 투수들이 이승엽과 정면승부를 피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후배투수들에게도 이승엽과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라고 당부한다. 기록을 깰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정면승부를 할 것이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