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박찬호 1년 몸값 최소 130억원 시대
기사입력 1999년 05월 18일 14시 11분
LA다저스가 박찬호(26)에게 연평균 130억원대의 장기 계약조건을 제시한 것은 메이저리그 사상 유례 없는 파격적인 '사건'이다.
이같은 액수의 조건이 제시된 시점도 눈여겨 봐야한다.
지난 4월26일(이하 한국시간)이면 박찬호가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시점이었음에도 구단측에서는 6년간 6500만달러의 거액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지금까지 4년차 선수가 받은 최고액은 3년간 1700만달러.
올시즌 샌디에이고에서 토론토로 이적한 우완투수 조이 해밀턴(29)이 연평균 567만달러를 받는 조건에 도장을 찍었으니 박찬호에게는 거의 2배에 달하는 액수가 제시됐다.
그러나 박찬호는 이 조건을 과감히 거절했다. 2002년부터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데 장기계약에 묶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티브 김씨(41)는 계약 성사쪽으로 기울었지만 박찬호는 완고하다.
올시즌 부진이 계속되거나 뜻밖의 부상을 감안한다면 계약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김씨의 판단에도 일리가 있다. 4년 이상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리에이전트제도로 선수 연봉이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추세라 박찬호가 욕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2∼3년간 꾸준히 15승대를 올려야하고 부상해서는 안된다는 어려운 전제조건이 따른다.
어쨌든 박찬호의 재계약 협상은 일단 시즌종료후로 가닥이 잡혀진 상태다..
최근 연봉 협상재개 문제를 놓고 협상 당사자인 케빈 말론 단장이 분노했다는 것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언론 플레이라고 볼 수 있다.
스티브 김씨도 은근히 협상재개 의사를 흘려 다저스측의 의중을 떠보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박찬호의 연봉이 이제 1000만달러대에 올라 섰다는 점이다. 동료 케빈 브라운이 34살의 나이에 앞으로 7년간 평균 1500만달러를 받는다.
박찬호가 15승대 투수로 확실히 자리잡는다면 과연 그의 연봉은 얼마가 될까.
물론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려야하지만 박찬호의 몸값이 1년에 최소 130억원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대단한 사건이다.
[LA＝민훈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