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황소개구리보다 난폭한 애완용 청거북
기사입력 1999년 05월 18일 14시 11분
학명이 붉은귀거북인 청거북은 방생 뿐만 아니라 애완용으로 길러지다가 버려지는 경우도 많아 전국의 하천과 호수에서 무더기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미시시피강이 원산지인 이 거북은 육식성인데다 적응력도 뛰어나 우리나라의 자생 물고기와 각종 수서생물을 닥치는대로 잡아먹는 `싹쓸이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공공근로 봉사자들까지 동원해 전국적으로 퇴치 운동을 벌였던 황소개구리보다 청거북이 더 난폭하다는 것.
게다가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 핏줄을 타고나 최고 20년까지 살기까지 때문에 더욱 골치가 아프다.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측은 "한강 난지도 부근에선 물웅덩이마다 청거북이가 수십마리씩 살고 있으며, 심지어 지리산 자락의 하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소의 심재한 박사는 "드세기로 소문난 황소개구리도 붉은귀거북이 떼지어 사는 곳에선 씨가 마를 지경"이라며 "앞으로 5년안에 붉은귀거북이 황소개구리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값이 싸서 방생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산 미꾸라지 역시 `요주의' 물고기.
중국산 미꾸라지는 우리 토착 미꾸라지와의 교미를 통해 유전자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방생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터미네이터' 외래종 때문에 우리 하천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시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불교 종단과 전국의 수족관 등에 "외래어종 대신 토종 물고기를 방생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환경부 등 주무 관청도 외래어종 방생을 막는 대책수립에 분주하다.
서울시청 환경보호팀 이인근팀장은 "이번 부처님 오신날에는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 붕어와 살치, 끄리, 납자루 등 시중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자생 어종을 방생해달라"고 당부했다.
[임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