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경쾌한 모던록으로 '2집 '시작'이 좋대요'

기사입력 1999년 05월 17일 14시 38분



부드러운 것이 때로는 더 강하다.

로커 박기영(22)이 두번째 앨범과 함께 `부드러운 록'으로 팬을 흡수하고 있다.

주간 방송횟수 57회를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시작'(오석준 작사 오석준 신동우 작곡)이 박기영의 변신을 보여주는 노래. 곡진행이 독특한 모던록이다.

분위기가 경쾌한데다 멜로디가 쉬워 두어번 들으면 따라부를 수 있다. 자연스럽게 팬층이 두터워졌다. 1집때 비해 방송에 얼굴을 많이 내민 덕에 거리에 나서면 알아보는 이가 제법 늘었다.

"`박기영, 너 변했다'며 실망하는 골수팬도 물론 있지요. 청바지 입고 록한다며 돌아다니던 때가 그립기도 하구요. 하지만 쉬운 노래로 대중과 친해지는 게 우선이겠죠."

서울예전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박기영은 지난해 `기억하고 있니'란 곡으로 데뷔했다. 가냘픈 외모에서 뿜어내는 파워있는 소리로 주목을 끌었다. 선배가수들의 공연에 게스트로 나가 `앙코르'를 받는 대어급 신인이었다.

그러나 후속곡이 받쳐주지 못했다. 학교 수업까지 빡빡해 박기영은 미련없이 활동을 접었다.

두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제작자와 타협했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살떨리는' 목소리와 여성스런 옷차림이 그 증거다.

"내지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쳤죠. `시작' 뿐 아니라 2집 수록곡 각각을 다 다르게 불러봤어요. `위드 미' 들어보셨어요? 종서오빠(김종서) 창법인데…."

즐겨 부르는 팝송도 분위기를 바꿨다. 청중을 기죽게 했던 로큰롤 메들리가 아닌 제시카, 샤니아 트웨인, 주얼의 노래를 한다. 최근엔 심수봉의 `비나리'에 푹 빠졌다.

탐스럽던 긴머리를 단발로 치고 울긋불긋 물을 들였다. 가끔은 맨살이 드러나는 옷도 입는다. `키크고 예뻐서 좋아한다'는 팬레터를 받곤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방송에 나가 이쁜 척 `내숭떤' 결과라며 브이자를 그려보인다.

인기는 수면시간과 반비례하는 법. 하루 서너시간 눈붙이는 생활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기영이 노래, 예술이야" 한마디에 금새 생생해진다. 무대의 마력이란 이런 것이다.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