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불임(不姙) (1)
기사입력 1999년 05월 17일 14시 29분
남편의 흉폭한 입이 결국엔 내 애완용 수놈 푸들을 먹어치웠다.
남편은 그 사실을 내가 모르고 있는 줄 안다.
우린 사실 사이가 나빠지고선 각자 애완용으로 개를 길렀다.
남편은 암놈 치와와를 나는 수놈 푸들을 길렀다.
우리 부부는 아파트에 살면서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한 집에 살면서도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서 개를 각자 길렀다.
그런데 문제는 그 `화냥년' 같은 치와와가 어느날 임신을 했다는 것을 남편이 알았을 때부터였다.
남편은 동물병원에 치와와를 데려갔다가 돌아와서는 다짜고짜 나의 푸들을 발길질했다.
"니 더러운 개새끼가 우리 '새침이'를 겁탈했다구！"
남편의 말과 다른 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치와와년이 늘상 내 방문 앞에 와서는 발톱으로 방문을 득득 긁으면서 곤히 잠자고 있는 나의 푸들을 유혹했다.
남편이 없었을 때, 난 그래서 그 치와와년이 어떻게 하나 보려고 방문을 열어주었다.
그랬더니 치와와년은 나의 푸들에게 꼬리를 흔들더니 이내 꼬리를 모두 올려 드러내지 않아도 될 빨간 생식기와 항문을 다 드러냈다.
그러자 나의 푸들은 갑자기 일어나 그년의 사타구니에 코를 가까이 가져가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방안을 빙빙 돌던 그 `개년'은 이내, 욕실로 향했고, 나의 푸들은 그년을 따랐다.
나는 몰래 욕실로 가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년과 나의 푸들은 신나게 붙어 있었다. 그것들은 정신이 없었다.
나의 푸들은 그년의 먹기좋게 잘 발달된 뒷다리 끝에 앞발을 올리고는 미친듯이 엉덩이를 들이밀며 완전히 정신을 잃고 있었고, 치와와년은 무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며 그 행위를 즐기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나는 묘한 감정이 생겼다.
그러나 이내, 분노와 증오심이 생기기 시작하여 그것들을 떼어놓으려 했다. 바가지에 물을 담아 그것들에게 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단념하였다.
그것들의 행위를 보고있자니, 문득 남편의 얼굴과 나의 친구였던 '혜수'가 떠올랐다.
인간인 그들이 그 행위를 할 때도 난 가만히 있었는데, 개들이 하는데 방해한다는 것은 너무나 위선적이지 않은가.
사실 내가 애를 낳을수 없다는 것을 안 이후로 난 남편과 각방을 쓴다.
남편은 나를 원했지만, 난 그 행위를 거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1년을 지냈을때, 드디어 남편은 바람을 피웠다.
그것도 가끔 나의 집에 놀러오던 나의 친구 '혜수'와 주말마다 러브호텔에서 말이다.
난 그 사실을 알고,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나 남편은 그것을 거부했다.
남편은 자신의 인생에서 이혼이란 빨간줄을 가지기 싫어했고, 그보다 주된 이유는 내가 청구한 위자료를 지불하기 싫어서였다.
나같은 가정부를 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계속]
글·이정우(하이텔ID:Vand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