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이치로, 고졸루키 마쓰자카에 KO패
기사입력 1999년 05월 17일 14시 09분
검정에서 노랑, 드디어 파란색으로 머리에 물을 들이고는 꽤 진지한 표정으로 "지구를 푸르게…"라며 알쏭달쏭 메시지를 띄웠던 19세 소년.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5년 연속（94∼98년） 타격왕 이치로（26·오릭스）마저 `슈퍼 루키'의 당돌함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세이부의 고졸 신인 마쓰자카.
오른손 근육통으로 10여일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다가 첫 출전한 지난 16일 오릭스전에서 이치로를 3연속 삼진으로 쓰러트렸다.
1회 시속 147㎞ 높은 직구에 헛스윙을 하고 물러난 이치로는 3회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걸친 슬라이더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6회 면도날 슬라이더에 다시 방망이가 허공을 가르자 세이부 돔구장의 5만 관중은 괴성을 토해냈다.
마지막 타석인 8회에는 4구. 끝까지 안타를 내줄 수 없다는 오기가 철철 넘쳤다.
최고시속 154㎞의 강속구를 앞세워 8이닝 동안 1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3안타 무실점으로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올시즌 6경기서 3승2패로 방어율 1.61.
투구수 141개. 부상 재발을 우려한 벤치의 결단으로 9회 니시자키로 교체됐다.
고졸 신인이 한경기서 13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것은 지난 87년 주니치 긴토 이후 12년만의 처음이다.
반면 이치로는 지난 94년（다이에-와타나베, 긴테쓰-다카무라） 이후 5년만에 세번째로 한투수에게 3차례 삼진을 당하며 고개를 떨궜다.
[나고야＝양정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