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비신사적 행위 결승 2게임 출전정지
기사입력 1999년 05월 17일 14시 09분
16일 벌어진 울산 현대와의 99조별리그 준결승서 임은주 주심으로부터 받은 레드카드 때문이다.
차근차근 따져봐도 그게 퇴장까지 받을 일이었나 싶은 생각에 도대체가 분이 삭질 않는다.
현대 이길용의 발을 걷어찬 것은 분명 `비신사적 행위'라 레드카드를 받아 마땅하지만 프리킥 순간 공을 건드리며 먼저 `비신사적 행위'를 저질러 그 같은 상황을 유도한 이길용에겐 정작 주의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니 천하의 테리우스라도 감정이 솟구칠 수밖에.
서울기계공고－아주대를 거치며 적잖은 세월 공을 차왔지만 경고 누적도 아니고 단박에 `빨간딱지'를 받은 건 처음이다 보니 충격이 자못 큰 모양이다.
게다가 그로 인한 출전정지 2경기가 공교롭게도 수원 삼성과의 조별리그 결승전 1,2차전이니.
테리우스는 일단 팀에 엄청난 누를 끼쳤다.
`버팀목' 김주성은 허리통증으로 근근히 90분을 때우고 있고, 주장 정재권은 오른쪽 새끼발가락 피로골절로 절룩이고 있으며 골잡이 마니치까지 레드카드로 2경기 출전정지를 받은 상태이니 그의 결장은 `설상가상'이란 표현조차 턱없이 부족할 지경이다.
다 잡은 득점왕을 눈앞에서 날려버린 허탈감도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
지금까지 6골로 현대 김종건과 득점 공동선두.
하지만 김종건이 팀의 탈락으로 더 이상의 득점이 불가능해진 만큼 테리우스는 남은 결승 2경기서 1골만 잡으면 왕좌를 차지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지금 테리우스는 머리가 복잡하다.
임은주 주심이 야속하기도 하고, 참을성이 부족했던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이번 일로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아무리 화가 나고 억울한 상황이라도 참는 게 이기는 길이라는 점을요."
테리우스는 한걸음 더 성숙해져가고 있었다.
[부산＝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