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 관전평] 위기서 볼카운트 불리 패배 자초
기사입력 1999년 05월 17일 02시 10분
투수가 위기에서 볼카운트까지 불리해지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악몽의 일전이었다.
박찬호는 5회까지는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발군의 투수임을 입증하듯 역투를 거듭했다.
1회 만루위기를 멋지게 넘겼고, 3회 실점도 마크 맥과이어라는 명성으로 억울하게 내준 1점이었다.
시속 152㎞ 강속구에 밀린 공은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지며 파울볼이 명백했으나 워낙 타구가 빨라 1루심 제리 레인의 오심으로 1타점 2루타가 되고 말았다.
파울볼이 명백해 우익수 몬데시도 공을 열심히 쫓지 않았고, 타자 맥과이어도 전력을 다해 뛰지 않았다.
박찬호는 5회까지 최고구속 156㎞의 직구에 변화구를 섞으며 세인트루이스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6회 첫 타자 4번 랭포드에게 연속 변화구로 안타를 허용한 뒤 갑자기 제구력이 흔들렸다.
5번 타티스에게 연속 3개의 볼로 궁지에 몰린 뒤 투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이미 승부에서 밀리고 있었다.
박찬호는 경기가 끝난 뒤 "풀카운트가 되면 다음 공이 직구라는 것을 것을 알려주고 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승부처에서 볼카운트에 몰리면 자신의 승부구인 강속구를 던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풀카운트에서 주자는 무조건 스타트를 끊는 것이 상례.
타티스에게 149㎞의 직구로 승부를 걸어 2루수앞 땅볼을 유도했지만 2루수 영은 베이스커버에 들어갔고 병살 타구는 우전안타가 되고 말았다.
다음 타자 에릭 데이비스에게도 다시 2－3으로 몰린 끝에 153㎞ 직구를 던졌지만 다시 좌전안타. 승부는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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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맞은 타구로 1사 2,3루가 되면서 대타 드루에게 다시 변화구 승부를 걸다가 2타점 동점 2루타를 맞으면서 주도권은 세인트루이스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지난 10일 플로리다전에 이어 도저히 패해서는 안되는 2게임을 어이없이 내준 박찬호는 이날의 패전을 두고 두고 교훈으로 삼아야만 다시 일어설수가 있을 것이다.
[ 세인트루이스＝민훈기 특파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