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빈볼성 투구 더이상 못참겠다'
기사입력 1999년 05월 16일 15시 41분
"다음에는 절대 서서 당하지만은 않겠다."
주니치 이종범（29）이 화가 머리까지 치밀었다.
작년 자신에게 오른 팔꿈치 골절상을 입혔던 한신 투수 가와지리의 잇단 사구 때문이다.
이종범은 15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한신전에서 2회 1사 1루서 선발 가와지리（3승1패）로부터 왼쪽 뒷쪽 허벅지에 사구를 맞았다.
지난달 11일 가와지리로 부터 시즌 첫 사구를 맞았던 자리였다.
직구처럼 빠르게 오다가 꺾인 싱커. 볼카운트 2－1에서 헛스윙용으로 던진 유인구였는데 갑자기 몸쪽으로 붙는 바람에 피할 겨를이 없었다.
방망이를 놓지 않은채 잠시 고개를 떨구고 분을 삭인 이종범은 1루로 걸어나가면서 2∼3차례 가와지리의 얼굴을 노려보며 무언의 시위를 했다.
일본진출 이후 총 8개의 사구중 절반인 4개가 가와지리가 기록한 것이었다.
갑자기 꺾이는 변화구 또는 높게 휘어져 들어오는 슈트볼이었다.
이쯤되자 이종범은 "지금까지는 겉으로 드러내놓고 어필을 하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이 다시 반복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수에게 실투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의도적인 투구가 많다는 게 이종범의 판단이다.
"가와지리는 아직도 나를 가장 껄끄러워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지만 그렇다고 죽기살기로 몸쪽공으로만 승부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자칫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올 수 있는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대응할 수는 없지만 투수에게 사인을 보내는 포수에게라도 적극적으로 항의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한편 이종범은 이날 한신전에서 6타석 5타수 1안타（1득점）에 실책 1개（5회）를 기록했다.
15일 현재 34경기에서 총 136타수 35안타로 타율 2할5푼7리, 출루율은 3할3푼1리다.
[고시엔＝양정석 특파원]
